엔화 가치가 5개월 만에 달러당 100엔대로 떨어졌다. 글로벌 경기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기대감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엔화를 사려는 투자자들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증시 강세와 함께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심리가 약해지면서 대표적 저금리 통화인 엔화를 팔아 고금리 통화자산에 투자하려는 '엔캐리 트레이드' 움직임도 재개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엔화는 지난 3일 뉴욕외환시장에서 달러당 100.31엔에 마감됐다. 장중 한때는 달러당 100.38엔까지 떨어졌다. 이는 작년 11월4일(100.54엔) 이후 5개월 만에 최저치다.

엔화 가치는 지난 한 주 동안 달러화에 대해 2.5% 하락했다. 엔화는 유로화에 대해서도 약세다. 이날 엔화 가치는 지난해 10월21일 이후 가장 낮은 유로당 135.26엔까지 떨어졌다. 지난 한 주 새 4%가 하락했다.

반면 엔캐리 트레이드 기대감에 상대적으로 고금리 통화인 호주달러와 뉴질랜드달러는 강세를 보였다. 호주달러와 뉴질랜드달러 가치는 지난주 엔화 대비 각각 5.6%와 5.2% 올랐다. 통화펀드를 운용하는 몬트리올 오브 피요르드 캐피털의 로렌 데스보아 사장은 "시장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투자자의 위험감수 성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사마르지트 샹카 뉴욕멜론은행 글로벌전략 담당 이사는 "투자자들이 경기가 바닥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바닥에 근접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미국의 2월 기존주택 판매가 2.1% 증가한 데 이어 오는 14일 발표될 3월 소매판매도 0.2% 증가로 돌아섰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주말 미국의 3월 실업률이 8.5%로 급등했다는 발표가 나왔지만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란 평가로 증시나 외환시장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한편 LG경제연구원은 5일 "최근 일본의 실물경제가 빠르게 악화되면서 금융위기 이후 나타났던 엔고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며 "한국 수출기업들의 실적이 빠르게 악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