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자금이 움직이고 있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벗어나 점차 위험자산으로 이동하는 '머니 무브' 현상이 감지된다. 세계 각국 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돈을 찍어냈고,이 자금이 서서히 실물경기로 이동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금이 들어와 증시에 유동성 랠리가 펼쳐지기 전에 채권시장으로 먼저 자금이 모이는지 주목하라고 지적한다. "단기 자금 운용처인 MMF(머니마켓펀드)에만 머무르던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옮기기 전에 채권시장을 거치는 것이 유동성 랠리의 전형적인 현상"(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부장)이란 설명이다.

◆채권형 펀드 초강세

지난 1분기는 채권형 펀드의 시기였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가 경기 침체 완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잇따라 내리면서 채권금리도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채권은 발행하는 주체인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일반회사들이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발행한다. 따라서 채권금리가 낮아졌다면 채권을 사겠다는 수요가 그만큼 늘었다는 얘기이고,가격은 반대로 오르게 된다. 채권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이해하면 된다.

실제 금융정보 제공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03억원의 자금을 모은 '동양매직국공채1'의 지난 2일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은 4.68%에 달한다. 설정액 50억원 이상의 국내 채권형 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이다. 1년 수익률도 12.08%의 높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또 '아이러브평생직장채권4'도 같은 기간 4.16%의 수익률을 기록했고,'한국투자장기회사채형채권1'을 비롯해 동양하이플러스채권1,아이러브평생직장채권1 · 2 · 3 · 5 · 6,푸르덴셜은행채1 · 2,하이굿초이스채권1 등도 1분기에 3% 이상의 수익을 내며 선전했다.

이에 따라 국내 채권형 펀드로 자금이 들어오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작년 6월부터 12월까지 매달 평균 1조원 이상씩 빠지던 국내 채권형 펀드에 올 1월 1조4920억원을 비롯해 지난달에는 1조169억원의 자금이 새로 들어왔다.

◆'AA등급' 이상 회사채 펀드 주목

펀드 및 채권시장 전문가들은 원금을 지키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채권형 펀드의 매력을 모두 취하기 위해서는 'AA등급' 이상 회사채를 많이 보유한 채권형 펀드를 주목하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낮출 만큼 낮춘 상태여서 국고채 등의 가격 상승세는 주춤해질 가능성이 높고,'BBB등급' 미만 투기등급 회사채의 경우 부도 위험이 있어 위험 요인이 존재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회사채 비중이 60% 이상인 국내 회사채 펀드에 3년 이상 거치식으로 가입하면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어 장기 투자용으로도 제격이라는 진단이다.

지난 2월 말 포트폴리오를 기준으로 'AA등급' 이상 회사채 비중이 높은 채권형 펀드로는 '한국투자장기회사채형채권1'을 우선 꼽을 수 있다.

올 들어 3.69%의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이 펀드는 AA등급 이상 회사채 비중이 전체 순자산에서 80%를 넘고 있다. 설정액 100억원 이상 국내 채권형 펀드 중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다음으로는 '푸르덴셜장기회사채형1'의 AA등급 회사채 비중이 순자산의 36% 이상으로 뒤를 잇고 있다.

공동락 하나대투증권 채권담당 연구원은 "국고채 금리와 AA등급 회사채의 금리 차이(스프레드)가 약 2.10%포인트에 이르고 있는데 이는 좁혀질 여지가 충분히 있다"며 "BB등급 이하 회사채에 대한 투자는 아직 위험하기 때문에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