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재무회계 기준을 제정하는 민간 독립기관인 금융회계기준위원회(FASB)가 시가평가제(mark-to-market) 회계기준을 완화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블룸버그통신은 2일 FASB가 표결을 통해 그동안 금융위기로 시장이 극도로 위축된 비정상적 상황에서 기업 자산가치를 매입가격이 아닌 시장가격으로 평가해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운다는 지적을 받아온 시가평가 규정의 완화 방침을 확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결정으로 씨티그룹과 웰스파고 등 월가 주요 은행을 비롯한 미국 회사들은 보유자산 가치산정 과정에서 기업 고유의 산정 모델이나 추정치를 사용할 수 있는 재량권을 갖게 됐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관련 증권 등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높은 투자에 대한 상각 규모를 축소할 수 있어 장부상 손실을 줄이는 효과를 얻게 될 전망이다. 로버트 허츠 FASB 회장은 지난달 31일 "시가평가 규정이 완화되면 씨티그룹 등 은행들의 이익이 20% 이상 늘어날 수 있다" 고 밝혔었다.

하지만 시가평가제 기준 완화가 자칫 회계 투명성을 저해할 위험이 높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아서 레비트 전 미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장은 "시가평가제는 증시에서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보장해 투자자들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해왔다"며 "FASB가 정계와 월가의 강력한 압박과 로비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