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양국 정상이 한.미 자유무역헙정(FTA)의 진전을 위해 상호 협력하자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미 행정부와 의회를 중심으로 한.미 FTA 수정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양국 정상이 상호 협력에 합의함으로써 지연되고 있는 비준안 처리가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의회가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데다 아직 미국 통상정책의 세부 방향이 수립되지 않았다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 "FTA 상호이익 가져올 것"

당초 이번 정상회담을 앞두고 경제분야 최대 현안 중 하나로 꼽혔던 것이 자유무역협정(FTA)이다.

한.미 FTA는 2007년 4월 타결되고 같은 해 6월30일 양측이 협정문에 서명했지만 2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의회 비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특히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대선 도중에 자동차 부문을 특별히 언급하며 한.미 FTA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데 이어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이 잇따라 한미 FTA 수정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비준안 처리는 양국 간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이런 문제 제기의 요지는 전임 부시 행정부가 체결한 FTA 내용이 미국의 국익에 비춰볼 때 문제를 안고 있고, 따라서 이미 체결된 FTA라는 이유로 그대로 비준할 수는 없으며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미국 일각에서는 한국산 자동차가 연간 70만 대 이상 미국에서 팔리는데 미국산은 한국에서 5천 대 밖에 팔리지 않으므로 '수의 균형'을 이뤄야 한다는 극단적 주장까지 나왔고, 한.미 FTA 논의대상은 아니지만 쇠고기 역시 한미 FTA 처리와 연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다만 인준 청문회에서 자동차 협상의 불공정성 등을 지적하며 "현 상태로는 수용할 수 없다"고 한 커크 USTR 대표가 이후 서면답변에서는 "해결이 필요할지도 모르는 다른 이슈들이 있겠지만 한미 FTA를 전반적으로 지지한다"고 말하면서 미측의 태도 변화가 감지됐다.

이어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견지해 온 것으로 알려진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정상회담에서 한미 FTA가 두 나라에 상호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고 FTA 진전을 위해 협력키로 하면서 비준안 처리가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는 희망섞인 전망이 나오고 있다.

◇ 조기비준 걸림돌 여전

양국 정상의 합의에도 불구하고 한.미 FTA가 실제 발효로 이어지기까지 걸림돌은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우선 미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이 여전히 한.미 FTA를 현 상태로 수용하는데 반대하고 있다.

찰스 랑겔 세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하원의원 16명은 지난달 30일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의 부록을 통해 미국이 무역장벽으로 간주하고 있는 교역 상대국들의 사례를 나열하면서 한국 자동차시장에서 시행되는 차별적인 세금 제도와 규제, 인증 기준, 높은 수입 관세율 등을 무역 장벽 사례로 제시했다.

이들은 특히 미국 제조업체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인증을 받는 과정에서 비용과 불투명성 등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USTR이 의회에 제출하는 연례 국별무역장벽(NTE) 보고서에 한국 자동차의 시장 개방 방안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USTR는 다음날 발표한 NTE 보고서에서 자동차 수입관세, 차별적 배기량 기준 세제, 표준 등을 한국의 무역장벽 사례로 거론했다.

통상적으로 미국은 FTA 비준과 관련해 협정문과 이행법안을 의회에 제출하기 전에 행정부와 의회 간 충분한 의견교환이 이뤄지며 비준이 확실시된다는 믿음이 생길 경우 행정부가 의회에 협정문과 이행법안을 제출한다.

따라서 지금처럼 의회의 반대가 여전할 경우 비준안 처리는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

의회가 한국과 재협상 또는 협정문의 보완을 강력하게 요구할 경우 행정부로서 거부하기도 쉽지않을 것이다.

USTR 부대표 등 미 통상당국 진영이 아직 완전히 짜여지지 않았다는 점도 비준안 처리를 지연하는 요소로 꼽힌다.

통상당국 담당자들이 모두 선임된 뒤 미국의 통상정책에 대한 우선순위를 정해야 하고 다시 한.미 FTA 협정문에 대한 세부 검토 작업을 진행하려면 일러도 5∼6월께는 돼야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미 통상당국의 진영이 갖춰지고 통상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한 뒤 의회와의 협의과정을 거치다보면 상반기에 미국의 비준이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면한 경제 위기 극복이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항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한미 FTA의 연내 비준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