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런던에서 개막한 주요 20개국(G20) 금융정상회의의 핵심 의제가 자유무역 기조 유지임에도 불구, 유럽연합(EU)의 유럽단일시장 구축 계획엔 이미 균열 조짐이 뚜렷하다고 뉴욕타임스(NYT) 인터넷판이 보도했다.

노골적으로 자국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을 요구하는 행태에서부터 은행들이 자국 대출을 우선시하도록 하는 압력행사에 이르기까지 각국의 자국경제 보호 움직임이 기승을 부리는 상황이라고 NYT는 지적했다.

빈 소재 에르스테 은행의 라이너 뮌츠 수석 연구원은 "현재 유럽은 노골적 형태이든, 숨겨진 방식이든, 보호주의가 발현할 현실적 우려가 매우 높다"고 지적했다.

자유무역주의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의 고향인 영국의 고든 브라운 총리는 표면적으론 자유무역을 옹호하지만 최근 들어 영국 노동자들의 고용 증대를 요구하는 등 이중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자동차 업체들을 상대로 정부 지원을 주는 대신 자국 노동자들의 고용 보장을 요구하며 노골적인 보호주의 성향을 드러냈다.

또한 정부로부터 370억달러의 구제금융 지원을 받은 그리스 은행들은 발칸반도 내 외국 지사를 통한 대출보다 자국 내 대출을 우선시하도록 요구받는 형편이다.

새로운 보호주의 추세의 최대 피해자들은 폴란드와 체코공화국,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등 신규 EU 가입국들이다.

이들은 개방된 EU 시장을 전제로 접근했다가 예기치 못한 경기침체와 보호주의 그물에 갇혀 옴짝달싹할 수 없는 처지다.

지난 1월 16번째 유로존 가입국이 된 슬로바키아의 경우 폴크스바겐과 PSA푸조 시트로앵, 기아 등 자동차업체를 유치, 생산차량의 98%를 수출해야 하지만 경기침체 속에 심각한 어려움에 빠져들었다.

중동부 유럽 국가들에 진출한 은행들은 대부분 오스트리아나 이탈리아에 본사를 두고 있어 보호주의 추세가 이 지역 내의 신용위기를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파스칼 라미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은 "보호주의 정책들로 인해 유럽 성장 엔진의 동력이 끊길 지경"이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동유럽 국가들 역시 각국의 보호주의 강화 추세에 목을 내놓고 당하고만 있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로베르트 피코 슬로바키아 총리는 "프랑스가 보호주의를 고집한다면 국내에 진출해있는 `가즈 드 프랑스'를 프랑스로 쫓아낼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중배 기자 jb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