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컴퓨터 그래픽 분야에서 전 세계 선두를 달렸던 미국 정보기술(IT)업체 실리콘 그래픽스(SGI)가 1일 컴퓨터 서버업체인 래커블시스템스에 2500만달러에 팔렸다. SGI는 이날 법원에 파산보호(챕터11) 신청을 한 뒤 곧바로 래커블시스템스에 인수됐다. SGI는 2006년 5월에도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가 같은 해 10월 간신히 회생했다.

비즈니스위크는 이날 '실리콘 그래픽스의 슬픈 전설'이라는 표지기사를 통해 한때 애플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IT업체가 경영진의 무능력과 시대에 뒤떨어진 낡은 기술 탓에 5억달러 이상의 빚을 지며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1981년 설립된 SGI는 1990년대 초반 '쥬라기공원' '터미네이터2' 등 할리우드 대작 영화에 최첨단 3D(3차원) 그래픽 기술을 지원하며 승승장구했다. 1997년 한 해 매출만 400만달러에 달했다. 현재 매각 대금의 6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1996년 창업자인 짐 클라크가 넷스케이프로 옮겨가면서 사세가 급속도로 기울기 시작했다. 엔비디아 등이 저가 그래픽 기술로 경쟁에 가세하고 인텔도 값싼 칩으로 공세에 나서면서 판매 부진에 빠졌다.

시장에선 래커블시스템스에 인수된 뒤에도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마켓워치에 따르면 래커블시스템스의 지난해 매출은 2억4740만달러로 전년보다 29.5% 줄었다. 래커블시스템스가 핵심 기술인 3D 그래픽 기술을 마이크로소프트에 판 것도 인수 효과를 반감시킨다는 분석이다.

김미희 기자 iciic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