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태평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2일 캐나다가 쇠고기 시장 개방이 늦어질 경우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 관련해 "만약 WTO에 가면 우리가 여러 가지로 불리하다"고 밝혔다.

장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WTO 분쟁에) 가서 지는 상황이 되면 안 되는데 캐나다가 쇠고기에 대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고, 미국과의 동등성을 주장하고 있고, 우리가 그걸 안 된다고 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장 장관은 "캐나다는 '소와 쇠고기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광우병(BSE) 감염 소가 나와도 특정위험물질(SRM)을 제거하면 쇠고기 자체는 안전하게 유통될 수 있다는 게 캐나다의 주장이고 국제 관례이자 국제 기준"이라고 전했다.

그는 캐나다가 쇠고기 문제로 WTO에 제소할 경우 "우리나라에 교역 수요를 갖고 있는 나라들이 전부 달라붙어 공동으로 (분쟁이) 추진되고 만약 지면 참여한 나라들에 대해 전부 다 협상해줘야 한다"고 예측했다.

또 미국과는 30개월 미만 쇠고기만 수입하기로 제한을 했지만 분쟁 결과에 따라 우리 뜻대로 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장 장관은 "(이 경우) 국제 기준을 다 받아들이면서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며 "반면 우리 국민은 최근에도 (캐나다에서) 광우병 걸린 소가 나오는 현실을 불안해하고 있어 고민이 크다"고 덧붙였다.

장 장관의 이런 언급은 캐나다에도 쇠고기 시장을 개방하는 것이 불가피함을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제기준 같은 대외적 여건상 계속 빗장을 걸어 잠글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내적으로는 광우병 소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여전하고 가축전염병예방법상 광우병 발생으로 쇠고기 수입이 중단된 국가로부터 수입을 재개하려면 국회심의를 받아야해 쉽게 빗장을 풀 수도 없는 상황이다.

정부로서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이와 관련, 농식품부 관계자는 "WTO에 제소될 경우 패소한다고 예단하기는 이르다"며 "정부는 WTO 제소 절차로 가기보다 캐나다와 양자적으로 해결하기를 바라지만 제소된다면 국내외 전문가들과 함께 적극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 장관은 또 "일단 6월 말에 기술협의(협상)를 한 번 하자고 캐나다에 요청했다"며 "기술협의도 충실히 하고 현지조사도 한 번쯤 더하면서 전문가나 실무진들이 큰 문제가 없다고 하면 소비자들의 의견도 수렴하는 절차가 필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술협의 과정에서 충분히 안전성을 검증한 뒤 필요할 경우 현지조사도 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장 장관은 "장기적으로는 캐나다 쇠고기가 수입이 돼야 할 것"이라며 "왜냐하면 국제기준에 맞는다는 것은 광우병을 비롯한 여러 질병을 통제하는 시스템이 잘돼 있고 설사 소에는 문제가 있어도 쇠고기 만드는 과정이 위생적이란 뜻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장관은 또 타결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 한국.유럽연합(EU) 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국내 농가 피해에 대해 "돼지고기와 낙농 분야에 피해가 있을 수밖에 없고 그 부분에 대해선 보완대책을 충분히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실 돼지고기는 앞으로 수출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며 "위기는 기회라고 하는데 양돈 부분은 위기를 기회의 전환점으로 삼을 수 있도록 보완 대책을 충분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장 장관은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강화된 사료 금지 조치를 재검토하기로 한 것에 대해선 "(재검토가) 정책의 변환은 아닌 것으로 본다"며 "다우너 소(주저앉는 소) 도축 금지 등을 보면 위생 문제에 대해 상당히 단호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협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가 지연되는 데 대해 "먼저 지배구조가 포함된 농협법 개정안을 4월 국회에서 처리하고 다음에 신경 분리를 하자는 쪽으로 어제 국회 상임위에서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sisyph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