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월 손해보험사의 실손 의료보험 상품 가입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LIG손보, 동부화재, 메리츠화재, 흥국화재, 롯데손보, 한화손보 등 8개 주요 손보사의 장기보험 신계약 월 보험료는 지난달 27일까지 793억9천만원으로 작년 3월 한달치에 비해 무려 39.8% 늘었다.

통상 월말에 계약이 몰리는 점을 감안하면 3월 한달간 증가율은 더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

지난 27일까지 LIG손보는 작년 3월에 비해 109.5%나 급증했고 롯데손보는 84.2%, 동부화재는 45.3%, 현대해상은 42.3% 뛰었다.

이는 손보사의 장기보험 가운데 단체보험과 연금보험을 제외하고 입원비와 통원비 등을 100% 보장하는 실손 의료보험 상품이 포함된 상해, 질병, 운전자, 통합형보험의 실적을 모은 수치다.

8개 손보사의 지난 2월 장기보험 신계약 보험료는 575억원으로 전년 동월에 비해 36.6% 뛰었다.

이는 작년 2월에 전년 동월 대비 1.5% 감소했고 3월에는 13.1% 늘어나는데 그친 것에 비하면 괄목할만한 실적이다.

이와같이 가입이 크게 늘면서 지난달 하순 이후에는 보험사 콜센터 직원과의 전화 연결도 쉽지 않은 상황이며 일부 대형 독립 대리점(GA)에서는 보험사에서 받은 한도가 차버린 상품에 대해 가입을 받지 못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이처럼 실손 의료보험이 폭발적인 인기를 누린 것은 금융위기로 인해 의료비를 보장해주는 상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데다 보험료 인상이 예고되면서 서둘러 가입하려는 움직임이 생겼기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실직 등으로 가계 사정이 힘들 때 가족이 큰 병에 걸려 거액의 의료비가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진 데다 보험료가 오르기 전에 가입하려는 수요도 많았다"고 말했다.

특히 독립 대리점들이 이런 점을 이용해 공격적인 영업에 나선 점도 주요한 요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자체 설계사 조직 중심으로 영업을 했다고 밝히는 삼성화재의 경우 3월 신계약 보험료 증가율이 12.4%에 그쳤다.

대리점들은 보험사들이 공식 발표를 하기 전인 4월에 예정이율이 인하되면서 보험료가 5∼10% 인상되고 입원 의료비와 통원 의료비 한도가 내려간다고 적극적으로 알려 고객들을 끌어모았으나 정작 의료비 한도는 조정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장기보험 신계약이 늘어나는 것은 손보사의 성장과 수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보면서도 사업비율이 상승하는 점에 대해서는 우려하고 있다.

특히 독립 대리점을 통해 판매할 경우 수수료를 한꺼번에 줘야하기 때문에 당장 부담이 된다.

하이투자증권 심규선 애널리스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LIG, 동부, 메리츠 등 5개사의 신계약비와 대리점수수료 등 판매비는 지난 2월에 전년 동월대비 43.3%나 뛰었으며 특히 현대해상은 78.7%, 메리츠화재는 59.0%, LIG손보는 54.8%나 치솟았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