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 이하로 떨어졌던 LCD(액정디스플레이) 값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노트북,모니터용 제품과 32인치 소형 TV용 LCD 가격이 연초에 비해 소폭 올랐다. 하지만 LCD 가격 반등이 대세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LCD 값이 회복세에 접어들면서 국내 업체들에 이어 대만,일본,중국 업체들이 대대적 증산에 나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LCD 값 반등 왜?

1일 시장조사 기관인 디스플레이 서치에 따르면 시장 평균가격 기준 지난 1월 57달러였던 19인치 모니터용 패널 값이 3월 말엔 60달러로 3달러 올랐다.

지난 1월 85달러였던 22인치 모니터용 패널 값도 지난달 89달러로 상승했다. TV용 제품에서는 소형 인치대의 가격 반등이 뚜렷했다. 32인치 TV용 제품은 지난 1월 160달러였지만 지난달에는 164달러로 올라섰다.

LCD 값이 오름세로 바뀐 것은 감산 효과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해 각국 LCD업계는 경기 침체가 본격화하면서 공장 가동을 절반 이하로 낮추는 등 공급을 크게 줄였다. 중국 정부의 가전하향(家電下鄕) 정책도 가격 상승에 한몫 더했다. LCD TV,냉장고 등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 정부가 농민들에게 보조금을 줘 32인치 LCD TV 수요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LCD 증산 경쟁 시작

LCD 값이 소폭 오르면서 국내 업체들을 비롯해 중국,일본,대만 업체들은 각각 증산에 들어갔다. 디스플레이 서치에 따르면 AUO,CMO 등 대만 업체들은 2분기 중 공장 가동을 1분기보다 평균 42% 확대할 계획인 것으로 조사됐다. TCL,스카이워스 등 중국 업체들의 증산폭은 106%에 달할 전망이다. 샤프 등 일본 업체들도 2분기 들어 생산량을 49%가량 늘릴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LCD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국내 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2분기 안에 유리기판 기준 월 8만장 규모의 8-2생산라인을 가동할 계획이다. 40인치대를 주력으로 하는 이 생산라인에서는 유리기판 한 장당 46인치 기준 8개,32인치 기준 18개의 LCD를 생산할 수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지난달 8세대 생산라인을 유리기판 기준 월 2만장 수준으로 가동에 들어간 데 이어 이달부터 생산량을 본격적으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LCD업계가 앞다퉈 생산량을 늘리기로 함에 따라 LCD 업황 회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대형 TV용 제품에 이르기까지 본격적으로 LCD 수요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오히려 업체들의 증산 경쟁이 추가 가격 상승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