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해외 인수 · 합병(M&A)에 보조금을 주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해외 기업 M&A에 나서는 자국 기업에 싼 금리로 자금을 빌려줌으로써 사실상 불공정 거래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기업들이 최근 해외 M&A에 물밀 듯이 나서고 있는 데는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게 주요인이라고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월지는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인수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국영 차이날코의 리오틴토 인수 추진을 대표적 사례로 들었다.

차이날코에 인수 자금 명목으로 최근 210억달러를 대준 중국국가개발은행 중국은행 농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4개 국영은행이 적용한 금리는 6개월 만기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0.9%포인트다. 현 리보를 감안하면 약 연 2.65% 수준으로,이는 차이날코가 리오틴토의 전환사채(CB)를 인수하기로 하면서 지급받기로 한 금리 9.25%에 크게 못 미친다. 차이날코는 앉아서 6.6%포인트에 해당하는 금리 차익을 챙길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우대는 정치적 렌즈를 통해 볼 때만 이해할 수 있다고 월지는 지적했다. 중국 정부의 해외 자원 확보 의지가 작용했다는 것이다. 중국수출입은행이 리오틴토 인수가 성사되면 306억호주달러(약 29조1800억원)에 이르는 별도의 신용을 리오틴토에 제공하겠다고 밝힌 것도 중국 기업의 해외 기업 사냥에 정부가 전폭적인 지원 사격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호주의 근절을 외치는 중국이지만 기업에 대한 막대한 보조금 지원으로 불공정 거래를 하고 있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중국이 지난해 해외 기업 M&A를 위해 투자한 자금은 478억달러로 전년 대비 64% 급증했다.

중국 정부가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의류 경공업 철강 등 7개 업종의 수출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률 인상도 무역보조금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중국은 작년 하반기 이후 여섯 차례에 걸쳐 환급률을 높였다. 컬러모니터용 브라운관(CRT)의 경우 환급률이 17%로 올라갔다. 증치세를 전액 돌려주는 것이다. 이에 대해 메이신위 중국 상무부 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최근 수출증치세 환급률 인상이 보조금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또 외국인 전략적 투자자의 은행 지분 보호예수기간을 연장키로 해 또 다른 금융 보호주의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류밍캉 중국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주석은 "은행 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앞으로 외국인 전략적 투자자의 은행 지분 보호예수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상하이증권보가 이날 보도했다. 이 규정은 상장을 앞두고 해외 전략적 투자자 유치에 나선 농업은행에 첫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자금난에 휘말린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UBS 등 외국계 은행들은 보호예수기간이 끝나는 시점에 맞춰 중국 은행 보유지분을 잇따라 처분했다. 이번 보호예수기간 연장은 해외 금융위기 전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선제적인 조치로 이해되고 있지만 금융시장 개방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판도 나온다.

오광진 기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