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0대 그룹 최고경영자(CEO) 3명 중 2명은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거나 작년 4분기에 비해 나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품질 경쟁력 향상과 함께 고(高)환율 효과가 크게 작용한 덕분이라는 게 CEO들의 자체 진단이다.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 환율은 달러당 1100~1200원으로 판단하고 있었다.

한국경제신문이 31일 30대 그룹 가운데 수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SK에너지 등 주요 기업 CEO 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14명은 1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좋다"고 응답했다. 9명은 "작년 4분기보다 개선됐을 것"으로 추정했다. 실적이 악화됐거나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CEO는 7명에 그쳤다.

이처럼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나름대로 선전하고 있는 요인으로는 비용 절감(12명)과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11명)이 꼽혔다. 특히 24명의 CEO는 올 1분기 중 환율 효과로 수출과 매출이 늘었거나,영업이익률 및 해외 시장 점유율이 높아졌다고 응답했다. 고환율이 국내적으로는 부작용을 낳고 있지만 수출기업엔 상당한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환율 효과는 올해 안에 사라질 것으로 보는 CEO가 많았다. 11명은 상반기 중에,7명은 하반기 중에 환율 효과가 없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원 · 달러 환율이 떨어질 것으로 보는 CEO들이 많은 셈이다. 환율이 하락할 경우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적정 원 · 달러 환율로 달러당 1100~1200원을 꼽은 사람이 절반(15명)을 차지했다. 5명은 1000원대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의 90%는 "환율 효과가 끝나더라도 품질에 자신이 있고 마케팅 채널도 확고해 수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높아진 브랜드 이미지도 환율 효과가 사라진 이후의 경쟁력을 뒷받침해줄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지만 2분기 이후 실적에 대한 전망은 기업별로 엇갈렸다. 17명은 예상보다 양호하거나 작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응답한 반면 12명은 실적이 더 악화될 것으로 우려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