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의 문제는 아이디어의 결핍이 아니다. 다르고 새로운 아이디어보다 기존 아이디어를 더 좋아하는 것이 진짜 문제다. "(게리 해멀)

기업들이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겉으로 보는 것과 달리 현금유동성이 풍부하지 않다는 게 주요 이유겠지만,새 아이디어에 대한 두려움 탓도 있다. 언제 이익을 낼지 기약 없는 새 사업에 돈을 넣느니,수익성은 낮아도 실패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기존 사업에 돈을 대는 것을 훨씬 좋아한다.

신규 업체들의 입장은 완전히 다르다. 기존 사업이랄 게 없어 새로운 사업에 '올인'하게 돼 있다. 이런 상황이니 미래 승부에 관한 한 기존 대기업이라고 해서 별로 유리할 것이 없다. 특히 경제위기 시대에는 이런 경향이 더욱 커진다.

문제는 불황기에 기존 사업의 점진적인 성장에만 매달리다가는 결국 미래에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이다. 1970년대 보스턴컨설팅그룹이 만든 전략도구인 'BCG메트릭스'를 참고하면 명확해진다.

BCG메트릭스에 따르면 모든 사업은 사이클을 타는데 처음에 '물음표(?)'사업으로 시작한 비즈니스가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서 '스타(star)' 사업이 되고,이 스타사업이 점점 성장률이 낮아지면서 '현금 젖소(cash cow)'로 내려앉고 마침내 점유율까지 떨어지면서 '개(dog)' 사업이 된다는 것이 골자다. 아무리 지금 잘되는 스타사업이 있다고 해도 결국 성장률과 점유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영자들은 반드시 '물음표' 사업에 투자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요지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두려워한다는 것은 점유율과 성장률이 떨어질 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뜻일 뿐이다. 기존 비즈니스에서 번 돈을 과감하게 재투자해야 하는데 '가지 않은 길'은 그만큼 두려운 것이다. 굳이 따지면 미래가 아니라 과거지향적인 경영이다.

구글의 투자원칙인 '70 대 20 대 10의 법칙'을 보면 왜 이 회사가 미래지향적인지 잘 알 수 있다. 구글은 핵심비즈니스에 70%를 투자하고 20%는 그 핵심사업을 돕는 비즈니스에,그리고 나머지 10%는 전혀 상관이 없는 분야에 투자한다. 히트 상품인 구글와이파이,오프라인광고 등이 이 10%에서 나왔다.

그렇다고 아무 분야나 마구 투자하라는 게 아니다. 시장의 변화 속도에 뒤처지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해두라는 얘기다. 자신들이 보지 못하는 분야에서 아이디어를 찾아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가능성이 보이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방식과 반대로,간부가 아니라 아래 직원으로부터,내부 전문가가 아니라 외부 고객으로부터 새 아이디어를 얻는 것이 크게 유행하고 있는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핵심 부문은 익숙하고 비핵심 부문은 낯설다. 낯선 미래에 도전할 수 있어야 경제 위기 이후도 도모할 수 있다.

권영설 한경아카데미 원장 yskw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