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나가면 개고생'이라는 희한한 광고 문구를 앞세운 KT의 유선사업 전략이 의외로 강력한 바람을 몰고올 태세다. 그 중심에는 신흥 브랜드인 '쿡(QOOK)'이 자리 잡고 있다.

다음 달 KTF와의 합병을 계기로 무선 시장에서 전면적인 시장 쟁탈전을 준비하고 있지만 절대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유선통신 시장 또한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KT는 이를 위해 '쿡'이 개별 상품이 아닌 최적 · 최상의 결합 상품이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으며 실제 일반 가정에서 기대할 수 있는 모든 종류의 토털 유선솔루션을 제공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이동통신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의 'T',KTF의 '쇼',LG텔레콤의 '오즈' 등 브랜드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향후 통신업계는 일대 '브랜드 대전(大戰)'에 휘말릴 전망이다.

◆통합 브랜드의 위력은?

KT는 현재 안(Ann) 전화,메가패스,메가TV 등 상품별 브랜드는 있지만 전체 유선 상품을 아우르는 대표브랜드가 없다. 브랜드가 '쿡'으로 통합되면 집전화나 메가패스 메가TV는 각각 '쿡 전화''쿡 인터넷''쿡 TV'로 바뀌게 된다.

'요리하다'는 뜻의 쿡(cook)에서 따온 쿡(QOOK)은 전화,초고속 인터넷,인터넷TV(IPTV) 등 여러 방송 · 통신 서비스를 마음대로 요리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버튼을 한번에 '쿡' 눌러서 편리하게 쓸 수 있다는 뜻도 담았다. 전화로 대표되는 무겁고 낡은 이미지 대신 합병을 계기로 젊고 세련된 KT의 이미지를 알리겠다는 의도다. 'QOOK' 로고는 전원 버튼 모양의 'Q'와 다시 보기의 'O',플레이와 멈춤 표시인 'K'등으로 구성돼 PC와 TV 등을 통해 제공되는 KT의 통신 서비스를 형상화한다.

KT가 브랜드 통합에 나선 것은 개별 상품이 아닌 결합 상품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훈 KT 홈고객전략본부장은 "결합 상품이 확대되면서 전화나 초고속 인터넷 등 단품 서비스 경쟁에서 벗어나 한 고객에 대한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쪽으로 통신산업의 경쟁 구도가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호기심 마케팅

'쿡' 브랜드가 처음 알려진 것은 인터넷포털 다음의 위성지도 서비스인 '스카이뷰'를 통해서다. KT의 분당 본사 사옥에 '쿡' 브랜드의 대형 현수막이 걸린 사진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네티즌의 관심이 증폭됐고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올랐다.

이석채 KT 회장은 '쿡'을 홍보하는 현수막 3만6000여개를 제작,직원들에게 배포하고 아파트 베란다 등 눈에 띄는 곳에 걸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KT 직원들이 전사적으로 '홍보 맨'으로 나선 셈이다. '집에서 ㅋㅋ QOOK(쿡)'이란 내용의 현수막은 이 회장의 자택인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에도 내걸렸다.

◆'쿡'-'쇼' 쌍두마차 발진

KT는 오는 8일께부터 정식 '쿡' 광고를 통해 가정에서 사용하는 KT 유선 서비스의 장점을 부각시킬 예정이다. '쿡' 브랜드를 앞세워 전화 초고속인터넷 등 현재 1위인 유선시장 지배력을 공고히하는 동시에 인터넷전화와 IPTV 등 신규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높여간다는 전략이다.

KT는 올해 인터넷전화 가입자를 200만명으로 늘리고 IPTV 가입자도 170만명을 확보하는 등 홈고객 부문에서만 7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계획이다. 전화 매출이 꾸준히 감소하고 있지만 결합 상품과 신규 서비스를 통해 작년보다 매출을 소폭 늘리겠다는 것.특히 집전화 가입자 이탈을 최대한 막아 인터넷전화 가입자(200만명)와 합쳐 '2000만 전화 가입자'를 사수하겠다는 복안이다.

KT는 무선 상품의 경우 3세대 이동통신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은 KTF '쇼(SHOW)'를 그대로 사용할 계획이다. KT는 4월 말이나 5월 초 유선과 무선통신 상품을 묶은 새 결합 상품을 '쿡&쇼'라는 브랜드로 내놓을 계획이다.

양준영/김태훈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