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을 추적하는 '똑똑한' 폐쇄회로(CC)TV 시스템이 나왔다.

CCTV 및 보안장비 전문업체 합동전자(대표 하명용)는 살인,납치 등의 범죄가 발생하거나 이로 의심될 만한 상황이 생겼을 때 용의자의 동선을 따라가며 촬영한 자료를 실시간으로 인근 순찰차나 상황실에 전송해 검거를 돕는 CCTV 시스템을 개발했다고 31일 밝혔다. 실시간으로 용의자를 쫓아가는 '추적형 CCTV'는 국내 최초로 개발된 것으로 시중에 있는 기존 CCTV의 경우 저장된 각종 화면 중 범죄 상황이 찍힌 모습이 사건 수사 때 참고자료로 쓰이는 정도다.

이 CCTV 시스템에는 지난해 8월부터 6개월간 약 8억원을 들여 자체 개발한 범죄자 행동패턴 분석장치가 장착돼 있어 범인 추적이 가능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이 장치는 CCTV 화면에 잡힌 사람의 행동 형태를 분석,범죄로 의심될 경우 상황실에 경고메시지와 함께 사건 현장에서 촬영된 영상을 보내준다. 회사 관계자는 "약 1만건에 달하는 사람들의 행동패턴을 분석한 데이터베이스가 범죄자 행동패턴 분석장치에 들어 있다"며 "폭행,강도,살인,납치사건 등이 일어날 경우 이를 놓치지 않고 촬영,즉시 상황실로 전송한다"고 설명했다.

상황실 근무 인원이 영상 속 내용을 살펴본 뒤 범죄로 판단되면 사건 발생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 순찰 중인 경찰차에 출동신호를 보낸다. 이때 차안에 장착된 단말기 화면에는 사건 발생지의 지도와 영상이 뜬다. 동시에 실시간으로 범죄자 행동패턴 분석장치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이용,범인의 예상 도주로 근처에 있는 모든 CCTV를 작동시켜 범인이 이동하는 것을 계속 추적해 범인을 쫓는 순찰차에게 도주하는 범인의 영상 및 경로를 제공한다. 회사 관계자는 "이론적으로는 상황실에서 출동신호를 보낸 뒤 10분 내로 범인 검거가 가능하다"며 "상황실 근무자가 1차적으로 범죄 여부를 파악한 뒤 순찰차에 출동을 지시하는 방식을 채택해 시스템이 저지를 수 있는 오류 가능성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이 시스템에 사용된 CCTV는 시중에 나와 있는 일반적인 고정형 CCTV와는 다르게 4개의 고정형과 360도 회전이 가능한 추적형 1개를 포함,5개가 한 세트로 구성돼 있다. 4개의 고정형 CCTV는 동,서,남,북 각 방향을 촬영하고 추적형은 회전하면서 영상을 찍을 수 있다. 시중에 나와 있는 기존 CCTV의 단점으로 지적됐던 사각(死角)이 없도록 보완했다. 특히 적외선투시 기능까지 포함돼 야간에도 선명하게 영상을 촬영할 수 있다.

회사는 이 제품을 지난 3월 초 안양시에 54억원에 납품했다. 현재 안양시 동안구와 만안구 일대 70여곳에 400여대의 CCTV가 설치됐다. 안양시 측은 합동전자와 협의해 올 상반기 내로 115곳까지 설치지역을 늘릴 계획이다. 안양시청 관계자는 "지난해 3월 혜진 · 예슬양 유괴살해 사건이 발생한 이후 시내에 방범용 CCTV를 확충하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한 것"이라며 "기존에 설치돼 있던 교통관리용 CCTV통신망에 방범 통신망을 추가해 현재 교통과 방범을 아우르는 24시간 종합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합동전자는 현재 충청북도 일부 지자체 및 화성시와도 공급 조건을 논의하고 있다.

합동전자는 1971년 설립돼 CCTV 및 방범시스템을 만들어 온 업체로 연 평균 매출은 약 150억원 수준이다. 하명용 대표는 "올해 약 20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며 "보다 촘촘한 방범망을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범죄 예방과 범인 조기 검거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