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위기에 빠진 미국 1 · 3위 자동차 업체 GM과 크라이슬러에 보다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경우 추가지원을 안해주는 것은 물론 파산(破産) 절차를 밟도록 할 것이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GM에는 릭 왜고너 회장의 퇴진과 함께 60일 이내 고강도 구조조정안을 마련토록했고 크라이슬러는 30일내 피아트와 인수 협상을 마무리 하라는 게 골자다. 한마디로 자동차 업체가 뼈를 깎는 자구노력에 나서지 않으면 파산으로 인한 부작용이 아무리 크더라도 더 이상 정부가 나서 자동차 업체를 살려내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이미 알려진 대로 우리 정부는 차 구입시 각종 세금을 대폭 깎아 주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노후 차량 교체에 따른 환경개선 효과를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이는 누가 봐도 자동차 업계에 대한 지원책이다. 세금을 깎아 주면 일단 소비자가 혜택을 보지만 그만큼 신차 구입수요가 늘어날 것이고 국내 자동차 업계의 내수판매 부진을 해소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가 지원을 검토하는 이유는 최근 국내 경기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는 만큼 신차 판매 활성화를 통해 경제 전반에 활력(活力)을 불어 넣으려는 것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렇지만 과연 우리 자동차 업계가 지금 정부 지원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 국내 자동차 업체의 임금 수준은 일본 차업체는 물론 국산차 업체의 해외 공장보다도 높은 반면 생산성은 그 반대다. 현대 · 기아차 노조는 지난 20년간 거의 매년 파업을 벌여왔다.

그런 점에서 정부의 차산업 지원에는 반드시 업계의 철저한 자구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우리보다 훨씬 심각한 미국 자동차 업계도 추가적인 정부 지원을 위해 혹독한 자구노력을 요구 받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국보다 상황이 월등히 나은 국내 자동차 업계가 정부 지원을 받으려면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변화를 먼저 보여주는 게 마땅하다. 정부 역시 다른 나라에서 지원한다고 무작정 따를 게 아니라 임금삭감,인력감축,노조의 무분규 선언 등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고통분담 노력을 지원 조건으로 요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