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NBC "BOA 루이스 CEO 가장 유력"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리처드 왜고너 최고경영자(CEO)의 사퇴는 연방정부 구제금융을 받은 회사 CEO들의 도미노 사퇴로 이어질 것인가.

왜고너가 미 정부의 압력으로 물러나면서 "다음은 누구냐"를 놓고 월가의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과 투자자들에게 확고한 정부의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믿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경제위기를 초래한 대기업 CEO들, 특히 위기 상황에서 정부가 대주주로 변신한 주요 금융기관 CEO에 대해 금명간 모종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정부의 대규모 금융지원을 받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와 씨티그룹의 CEO 등은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형국이다.

현재 미 언론과 전문가들은 정부로부터 45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미국 2번째 초대형 은행인 BOA의 케네스 루이스 CEO가 다음 사퇴 순번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BOA는 지난 9월 주가가 33.74달러 였지만, 30일 6 달러대로 떨어져 있는 상태여서 주주들의 불만도 상당하다.

특히 도산에 빠진 메릴린치를 인수하기로한 그의 결정이 BOA를 궁지로 몰아 넣었다는 것이 주주들의 생각이고, 백악관 역시 오랜 기간 CEO로 재직하면서 회사를 부실로 빠뜨린 장본인을 그대로 놔둘 수는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 유력 경제 전문 채널인 CNBC는 "9년간 재직했던 왜고너의 갑작스런 사퇴 이후 오바마 행정부가 구제금융 회사들 중 새로운 경영진 교체 대상을 모색하고 있다"면서 "루이스의 오랜 CEO 재직이 문제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는 `53자산운용'의 케이스 워츠 수석 투자분석관의 말을 인용해 루이스의 사퇴 가능성을 점쳤다.

그러나 BOA 대변인은 "우리는 자동차 산업과 같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서 1991년 이후 BOA는 단 한분기를 제외하고는 모두 흑자를 냈으며, 지난해에는 40억 달러의 이익을 냈다고 주장했다.

루이스는 지난 주말 오바마 대통령과 금융기관장들과의 간담회 직후 방송에 출연해 "정부 구제 금융 가운데 250억 달러를 되도록 빠른 시일내에 갚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스튜어트 캐피털의 말콤 폴리 CIO(최고투자책임자)는 "그(루이스)가 아직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면서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이 조직을 떠나는 것으로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

역시 45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은 씨티그룹의 비크람 팬디트 CEO 역시 사퇴 물망 차순위에 꼽히고 있는 인물.
그러나 8년동안 CEO로 재직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미룰 근거가 없는 루이스와는 달리, 팬디트는 1년전 CEO에 취임하면서 사실상 전임자들의 잘못된 판단으로 회사가 어렵게 처했다는 변명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CNBC는 전했다.

루이스는 최근 메릴린치의 연말 보너스 파문과 관련해 검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앞서 미국 정부는 지난해 9월 보험회사 AIG에 850억 달러를 긴급 지원하면서 로버트 윌럼스태드 당시 CEO를 퇴진시켰던 전례가 있어 이번 왜고너에 이어 또 다른 CEO의 사퇴가 현실화될 경우, 미 정부의 구제금융 수혜 기업 경영진에 대한 직접적이고 폭넓은 간섭이 본격화 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을 수도 있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