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구조조정 직접개입 고삐 조여
남은 시간 험로 예고


벼랑 끝에 몰린 '미국 경제의 기둥' 제너럴모터스(GM)와 크라이슬러가 살아날 수 있을 것인가.

미국 정부가 이들 두 업체의 회생계획안이 부족하다며 추가 재정지원을 거부함에 따라 일단 이들 업체가 이번 계획을 근거로 정부의 자금지원을 받아 회생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더구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파산'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선데다, 미 정부가 GM의 릭 왜고너 최고경영자(CEO)에 대해 퇴진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직접 개입 방식으로 태도를 전환함에 따라 앞으로 자동차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은 30일 미 자동차 산업이 회생하려면 전례 없이 강도 높은 노력이 요구된다고 강조하면서 GM과 크라이슬러가 제출한 구조조정 방안을 토대로 한 추가 지원을 거부했다.

이들 업체가 제출한 구조조정 방안이 정부로부터 '불합격' 판정을 받은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특히 자동차 산업의 신속한 구조조정을 위해 '통제된 파산'이 필요할지도 모른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던진 메시지는 명백하고 분명하다.

두 업체가 더 달라고 요청한 자금 216억달러를 받으려면 회사는 물론 노조와 채권단 등이 모두 고통을 분담하는 '뼈를 깎는' 구조조정 계획을 만들어 오라는 것이다.

이런 계획을 성실히 이행하면 더이상 자금지원이 없이도 독자 생존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줘야만 경영실패 업체에 국민의 '혈세'를 투입하는 명분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이들 업체를 파산시키면 국민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너무나 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금을 지원해서 회생시켜야만 한다는 '대마불사'의 논리는 더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는 경고로도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더구나 그동안 "우리를 파산시키면 경제에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논리를 공공연히 내세웠던 왜고너에게 정부가 직접 퇴진할 것을 요구한 점은 경영과 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 전망과 함께 이들 업체의 태도에 대한 정부의 인식이 어느 정도인지를 여실히 드러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1면 머리기사에서 정부가 왜고너를 퇴진시킨 것은 경제위기 발발이후 민간 산업에 대한 정부의 가장 극적인 개입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왜고너에 대한 퇴진요구는 자동차 업계는 물론 워싱턴 정가까지 놀라게 만들었다면서 이는 대공황 이후로 찾아보기 어려웠던 수준의 개입을 통해 구제금융의 고삐를 조이겠다는 오바마 정부의 의지를 강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으로 GM은 2개월, 크라이슬러는 1개월이라는 남은 시간 동안 미 정부는 물론 국민과 의회까지 만족할만한 구조조정 계획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이들 두 업체는 시장의 논리에 따라 역사 속으로 사라질 운명에 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구조조정 계획에는 특히 인력 감축과 비용 절감 등 자체 '몸집줄이기'뿐 아니라 난항을 겪고 있는 채권단의 출자전환과 노조의 손실 분담 합의까지 포함돼야 함은 물론이다.

GM은 270달러 규모 채무중 약 3분의 2를 출자로 전환하는 내용의 협상을 채권단과 진행중이고, 노조와는 퇴직자 건강보험 지원금 삭감 등을 포함한 손실분담 방안을 협의중이지만 양측 모두 손실이 크다며 반발하고 있어 진통을 겪고 있다.

크라이슬러는 이날 이탈리아 피아트와의 제휴에 관한 골격에 합의했다고 발표하긴 했지만, 최종 합의를 이뤄야 하는 과제가 남아있는 데다 채권단 및 노조와도 구조조정 방안에 최종 합의해야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험난한 과정이 남아있는 상태다.

하지만, 이는 파산을 모면하기 위한 단기 과제일 뿐, 이들 두 업체에겐 정부 자금지원을 받은 뒤 구조조정을 통해 자체적인 수익을 내야 하는 더욱 크고 중요한 목표가 남아있다.

이미 GM이 전세계 자동차 업계 1위의 자리를 내준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고유가 시대에 연비가 떨어지는 모델을 고집하는 무사안일주의로는 위기를 극복할 수 없으므로 급변하는 경제여건과 소비자 기호에 발 빠르게 대처하면서 '시장에서 팔리는 차'를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가 남아있는 것이다.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위축으로 GM과 크라이슬러의 2월 미국내 차 판매는 1년전에 비해 각각 53% 44%씩 감소하는 등 판매 부진으로 인한 이들이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는 상태다.

미 정부로서도 이들 두 업체에 무한정 시한을 연장해줄 수는 없는 만큼, 앞으로 남은 1∼2개월의 시간이 두 업체에겐 `죽느냐, 사느냐'를 결정지을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또 살아남더라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덩치가 크게 줄어 그동안 세계 자동차시장에 군림했던 GM과 크라이슬러의 모습은 찾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