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은 지난해 초 패기 넘치는 6명의 정예사원을 뽑아 120일간 운영되는 태스크포스를 만들었다. 미션은 '남미시장 조사'.예산은 딱 2억원이었다. 컨설팅회사의 도움 없이 직접 몸으로 부딪쳐 시장을 뚫어보라는 회사 '지령'에 이들은 지난해 3월 남미로 향했다.

처음 도착한 곳은 브라질.다짜고짜 브라질 전력청을 방문했더니 현지 관계자들이 이들을 붙들고 "전력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며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자전거를 돌려서라도 전기를 만들어 내고 싶은 심정"이라는 말에 류동춘 LS전선 과장은 귀가 확 틔였다. 전선 시장이 크게 열릴 수 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다음 행선지였던 아르헨티나에선 아예 전력청 소속 공무원들이 먼저 나와 이들을 환대했다.

아르헨티나 공무원들은 "전선에 들어있는 동을 노린 도난 사건이 너무 많아 전선이 턱없이 부족해졌다"며 "투자를 좀 해달라"고 제안했다. 아르헨티나에 이어 칠레,멕시코 등을 돌아본 이들은 지난해 6월 귀국해 "남미국가들이 전력난을 타개하기 위해 시장투자를 늘릴 것 같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썼다.

이를 받아든 구자열 LS전선 회장(당시 부회장)은 "남미시장 공략을 위해 브라질에 지사를 세우라"는 지시를 내렸다. 이재선 LS전선 해외사업기획팀장은 "브라질 정부가 전력시설 확충에 나서면서 2007년 7억8600만달러였던 전선시장은 2012년께 1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라며 "이 시장 공략을 위해 4월 중 지사 설립을 마칠 예정"이라고 말했다.

효성 역시 전력 기반시설 투자를 늘리고 있는 인도,중국,남미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효성은 2005년 중국에 800㎸급 초고압 차단기를 처음으로 공급하게 된 것을 계기로 아예 현지화에 나섰다. 난퉁과 바오딩 지역에 공장을 짓고 기자재 설계부터 설치,시운전까지 모든 것을 한번에 제공하는 턴키 방식으로 시장을 뚫고 있다. 중남미 시장에서도 효성은 2006년 베네수엘라 국영 전력청에 초고압변압기를 납품한 것을 기반으로 인근 국가로 시장을 넓히는 데 힘을 쏟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요즘 '손님'들의 잇단 방문으로 바빠졌다. 매달 4~5팀으로 구성된 인도네시아,중국,베트남,요르단 등의 국책연구기관과 정부기관 관계자들이 고리 원전(1~4호기)을 돌아보고 "원전기술을 도입할 수 있을지 알고 싶다"며 찾아온다. 한수원 관계자는 "2030년까지 세계에서 300기의 원전이 건설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동과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의 원전 기술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어 수출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최근엔 요르단 정부가 한국형 원전 도입 계약을 논의해보자는 '러브콜'을 보내고 있어 첫 수출 계약을 눈앞에 두게 됐다. 한수원 관계자는 "40억~50억달러 규모인 요르단 원전사업이 체결되면 터키,이집트,루마니아 등과의 협상에도 가속도가 붙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현예/이정호 기자 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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