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관리공사(캠코)가 전 금융회사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채권을 매입키로 함에 따라 금융권의 PF발 부실 우려가 해소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0조 원에 달하는 금융권 PF 대출의 연체율은 부동산 경기 악화로 가파르게 상승해 금융부실의 뇌관으로 지목돼 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로 금융권의 부실 우려가 완화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부동산 경기의 지속적인 악화 때문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 캠코, PF 부실 `해결사' 나서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캠코는 작년 말부터 최근까지 저축은행의 부실 PF대출 채권 1조7천억 원어치를 매입한데 이어 이르면 4월 말부터 4조7천억 원에 이르는 다른 금융권의 부실 PF대출 채권을 사들일 예정이다.

이는 건설경기 침체에 따른 PF 사업장의 부실이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로 직결될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작년 말 현재 저축은행을 제외한 금융권의 PF 대출 연체율은 평균 3.0%로 은행들의 기업대출 연체율 1.5%의 두 배에 달했다.

금융권역별 PF 대출 연체율은 은행 1.0%, 보험 2.4%, 여신전문금융회사 5.6%, 증권 13.9%, 저축은행 13.0% 등이다.

올해 들어서도 건설경기가 계속 나빠짐에 따라 PF 대출 연체율은 상승세를 지속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권의 전체 PF 대출규모는 81조7천억 원에 달하며 이미 부실 PF 대출 채권의 매입이 끝난 저축은행을 제외하면 69조5천억 원이다.

은행이 50조5천억 원, 보험이 5조3천억 원, 여전사가 4조3천억 원, 증권이 2조8천억 원 순으로 대출 규모가 크다.

◇ PF사업장 자율 워크아웃 확대
금융감독원은 작년 9~10월 부실 우려가 가장 컸던 저축은행의 899개 PF 사업장에 이어 작년 11월부터 올해 1월까지는 나머지 금융권의 1천667개 PF 사업장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다.

저축은행을 제외한 PF 사업장 중 165곳(4조7천억 원. 이하 대출규모)은 사업성이 미흡하고 사업진행도 지연되고 있는 '악화 우려' 사업장으로 꼽혔다.

996곳(41조3천억 원)은 사업성과 사업진행 상태가 모두 양호한 사업장, 506곳(23조5천억 원)은 사업성은 양호하나 사업진행에 다소 애로가 있는 '보통' 사업장으로 각각 분류됐다.

캠코는 악화 우려 사업장으로 분류된 PF 대출에 대해 금융회사와 협의를 거쳐 사후정산 방식으로 대출 채권을 사들일 계획이다.

아울러 저축은행에서 시행하는 'PF사업장 자율 워크아웃 협약'도 전 금융권으로 확대한다.

전체 금융권 PF 대출 중 다수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신디케이트론이 58%에 달해 PF 사업장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채권 금융기관의 협조체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주채권은행이 협의회를 소집해 외부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정상화 가능성을 평가해 채권금액 4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채무 재조정 등 정상화 계획을 의결하는 방식이다.

◇ PF발 금융불안 차단할까
금융당국은 각 금융회사에서 PF대출 사업장의 정상화 추진 계획을 제출받아 매달 점검하고 자율 구조조정 사업장에 대한 자금 지원으로 부실이 발생해도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건설업종에 대한 정부 차원의 유동성 지원도 강화된다.

대한주택보증과 주택공사의 미분양 펀드와 주택금융공사의 회사채 유동화를 지원받을 수 있는 대상을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5만 채)에서 준공 전 미분양 아파트(11만 채)로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제고되고 건설업 구조조정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했다.

전문가들도 PF 대출 채권을 할인된 가격에 캠코에 매각함에 따라 금융권의 손실이 커지겠지만 잠재부실 우려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부동산 경기가 올해 들어서도 악화 추세를 보이고 있고 지금보다 부실 규모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병건 신영증권 금융팀장은 "금융권 PF 대출은 부동산 경기에 따라 부실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며 "선제적으로 부실 우려가 있는 PF 대출 채권을 매입하면 금융시장의 불안을 덜 수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해결을 위해서는 부동산 경기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호준 기자 ho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