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경영실패 책임 사퇴요구

자금난으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는 미국 자동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의 릭 왜고너(56) 최고경영자(CEO)가 오바마 행정부의 지원방안 발표를 앞두고 사퇴하기로 했다.

미국 언론들은 29일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정부가 왜고너에게 사임을 요구했으며 그가 이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8년간 GM을 이끌어온 왜고너의 사퇴는 자동차 업계에 대한 오바마 행정부의 지원방안 발표를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어서 주목된다.

왜고너는 최근까지도 사퇴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왜고너의 이런 갑작스러운 입장 변화는 미 정부가 자동차 업계에 대한 지원방안 발표를 앞두고 지난달 정부에 제출했던 구조조정 계획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고통을 분담할 획기적인 조치를 요구한 데 따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백악관이나 오바마 행정부 관계자들은 정부가 왜고너에게 직접 사퇴를 요구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폴리티코는 백악관 관계자를 인용해 오바마 행정부가 왜고너에게 사퇴를 요구했고 그가 합의했다고 전했고,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정부가 구조조정의 전제조건으로 왜고너에게 사퇴를 요구했다는 것을 정부 관계자가 시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정부의 직접적인 사퇴요구는 이미 거액의 국민 세금을 축낸 자동차 업계에 또다시 혈세를 쏟아붓기 위해서는 주주와 노조, 채권단뿐 아니라 경영진도 경영실패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회사의 보너스 파문에서 보듯 경영진의 고통 분담을 요구하는 조치를 선행하지 않고서는 경영실패로 국민 세금을 축내는 업체에 대한 국민과 야당의 분노를 잠재우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처럼 미 정부가 구제금융 대상업체의 경영진에 사퇴를 요구하는 등 직접 개입방식으로 선회함에 따라 GM과 함께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는 크라이슬러 경영진의 사퇴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회사에 대한 정부의 규제에도 상당한 변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자동차업계의 경영진과 노조, 주주, 채권단 등으로부터 양보를 얻어내는 조건으로 정부의 재정지원을 제공키로 하는 내용의 자동차산업 구조조정 방안을 30일 발표할 예정이다.

GM은 지금까지 134억달러의 구제금융을 받았으나 추가로 166억달러를 요구한 상태며 크라이슬러 역시 50억달러 이상의 추가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앞서 이날 CBS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Face the Nation)'과의 인터뷰에서 GM과 크라이슬러 등 생존이 위태로운 자동차업체들이 정부로부터 추가로 재정지원을 받으려면 더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뉴욕연합뉴스) 김지훈 특파원 hoonki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