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협의 신용부문 대표(은행장)로 단독 추천된 후보자가 대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혀 낙마하는 일이 처음 발생했다. 사외이사로만 짜여진 추천위원들의 부실 심사가 이런 사태를 불러온 원인이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27일 총회를 열어 신용부문 대표 후보로 선정된 강명석 전 수협 상임이사(47)에 대한 찬반 투표를 실시한 결과 부결됐다고 밝혔다. 중앙회장과 회원조합장 등 95명의 대의원 가운데 89명이 총회에 참석해 36명만 찬성,'과반수 투표와 참석자의 과반수 찬성'이라는 총회 가결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참석자의 58%인 52명이 반대표를 던졌고 1명이 기권했다.

수협 관계자는 "대표이사 선출 안건이 총회에서 부결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며 "신용대표 후보 추천위원들은 강 후보자를 적임자로 보고 추천했지만 대의원들은 강 후보자가 신용 대표로 적절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위원 5명이 모두 수협 사외이사로 구성된 신용대표 추천위원회는 지난 20일 신용대표 지원자 9명 중 강 이사를 단독 후보자로 추천했다. 당시 외부 인사가 후보자 추천위원회에 들어갈 수 없도록 해놓고 수협 이사회 구성원들끼리 모여 같은 이사회 멤버인 강 이사를 신용대표로 추천한 게 아니냐는 공정성 논란이 일었다.

이에 대해 수협은 "수협법 상에 사외이사들로만 신용부문 추천위원회를 구성하게 돼 있어 문제가 없다"고 항변하지만 금융계에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공모를 통해 대표를 뽑는다면 외부 전문가들이 선발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는 얘기다. 실제 우리은행 등 공모로 최고경영자(CEO)를 뽑는 금융사들은 CEO 추천위원의 절반 가까이를 외부 전문가들로 채우고 있다.

수협은 사외이사 5명으로 구성된 기존의 신용부문 대표 추천위원회를 다시 소집해 후보자 재공모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