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융업계가 위험 요인에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완충장치를 필요로 하고 있으며, 따라서 은행들이 현재 10%인 자기자본 비율을 13∼14%로 높일 필요가 있다고 앨런 그린스펀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 주장했다.

그린스펀 전 의장은 27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문을 통해 은행들이 자기자본을 더 확충해야 다시 자유롭게 대출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 은행업계의 전체 잠재 손실 규모가 적어도 1조달러로 추산되고 그중 5천억달러 가량이 지난해 말까지 상각됐지만 나머지 손실분을 해소하기 위해 5천억달러를 투입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다며, 자본 충당 부분을 포함하면 은행업계의 부실을 완전히 해소하기 위해 8천500억달러 이상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은행업계를 회복시키는 것이 세계 경제 재조정의 필수적인 선결 요건이라고 지적한 그린스펀 전 의장은 미 정부가 지난해 2천500억달러를 투입해 은행들의 도산 위험성을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지난 1월 중순께부터 정부의 추가 투자가 중단되면서 은행업계의 개선 작업도 답보 상태에 빠졌다는 견해를 보였다.

미 정부의 금융업계 규제 강화 방침과 관련해 그린스펀 전 의장은 어떤 규제 구조가 적합한지를 너무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붕괴해버린 금융 중개 체계를 복구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규제가 경쟁 시장을 방해하지 않고 시장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기능을 해야 한다며, 규제 당국이 장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를 완전하게 예측할 수 없는 이상 불명확한 미래를 기대하도록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예방 조치들을 취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 그는 어떤 경우에든 조급하게 개혁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세진 기자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