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닥론은 (경기 회복에) 목마른 사람들에게 보이는 신기루 현상일 수 있다. "

최근 발표된 미국과 중국의 일부 경제지표가 잇달아 예상밖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경기 바닥에 대한 경계론도 만만치 않다. 미국의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등 주요 경제지표는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데다 금융시스템 불안도 완전히 가신 건 아니어서 불황에서 벗어났다고 속단하긴 이르다는 지적이다. 동유럽 위기와 GM 등 미 자동차 '빅3' 처리문제,금융사들의 추가 부실 우려 등도 발목을 잡는 변수다.

경제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는 올 1분기 미국의 성장률을 -4.8%로 예상했다.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각각 -0.5%와 -6.2%의 '역주행'을 한 데 이어 세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예고하고 있다. 미 실업률은 지난 2월 8.1%로 뛰어 25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지만 10% 선까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2월 경기선행지수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필라델피아제조업지수는 마이너스에 머물렀다는 사실도 바닥론에 제동을 거는 대목이다.

최근 둔화되거나 개선된 모습을 보이는 일부 지표는 '기저 효과(base effect)'로 인한 착시 현상이란 지적도 있다. 지난해최악이던 지표와 비교한 데 따른 기술적 반등일 뿐 본격적인 회복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다. 미 경제 추락에 대한 족집게 전망으로 '닥터 둠'(비관적 예언자)이란 별명을 얻은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시장의 상승은 '죽은 고양이의 반등(dead cat bounce)'"이라고 평가 절하했다.

금융시장의 공포감도 많이 가시긴 했지만 금융위기 이전과 비교하면 완전히 불식된 건 아니다. 소위 '공포지수'로 불리는 VIX지수(변동성지수)는 아직 42.24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금융위기가 확산되면서 91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해선 절반 수준이지만 통상적인 수준(25~30)과는 격차가 있다. VIX란 시카고옵션거래소에 상장된 S&P500 지수옵션의 향후 30일간의 변동성을 나타내는 지수로,숫자가 클수록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다는 뜻이다.

제너럴 모터스(GM) 등 미 자동차 '빅3' 처리문제는 아직 방향을 잡지 못한 채 논의를 거듭하고 있으며 AIG로 대표되는 '부실 금융사'는 정부에 계속 손을 벌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동유럽에선 최근 루마니아가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등으로부터 200억유로의 구제금융을 받기로 했고 헝가리와 라트비아 등은 경제위기로 정권이 붕괴되는 혼란을 겪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