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가 역사적인 '반환점(turning point)'을 지났다. " 스위스계 증권사 크레디트스위스의 진단이다. 세계경제를 이끄는 양대 기관차인 미국과 중국의 경제지표가 최근 잇따라 '바닥 신호'를 보내면서 글로벌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실물경기보다 앞서 움직이는 증시는 주요국에서 이미 올 저점 대비 20% 안팎 뛴 상태다.

25일(현지시간)에도 경제지표의 '서프라이즈' 행렬이 이어졌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달 내구재 주문 실적이 전달 대비 3.4% 늘어 7개월 만에 처음으로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증가율은 2007년 12월 이후 최대치다.

또 2월 신규 주택 판매 실적도 33만7000채(연율 기준)로 전달에 비해 4.7% 늘어 작년 4월 이후 가장 높은 증가율을 나타냈다. 특히 2월은 영업일수가 1월에 비해 적은데도 내구재 주문과 신규 주택 판매가 늘었다는 것은 경기 상황이 나아지고 있다는 뚜렷한 증거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아시아 경제도 바닥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일본의 2월 무역수지는 5개월 만에 흑자로 돌아섰다. 판강 중국 인민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이날 "자동차 판매가 25% 늘고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며 "중국 경제가 바닥을 친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증권시장에도 '봄기운'이 완연하다. 이날 미국 다우지수는 1.17% 오른 7749.81로 장을 마쳤다. 올 저점(6594.44)이던 지난 5일에 비해 17.5% 올랐다. 일본과 홍콩 대만의 주가도 저점 대비 20% 이상 상승했다. 상하이 증시 역시 올 들어 27.6% 급등했다.

이처럼 글로벌 증시가 강세를 이어가자 시장이 베어마켓 랠리(약세장 속의 일시적인 반등)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강세장(불마켓)에 접어든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최저점에서 20% 이상 오를 경우 기술적으로 강세장에 진입했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최근 "미국 경제에 '그린 슛'(Green Shoot · 경기 회복 조짐)이 분명하게 나타나고 있다"고 진단했다. 오바마 대통령 역시 전날 TV 연설에서 "경제 회생을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결과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물론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재닛 옐런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아직 안심할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트리뷴(IHT)은 "경기가 바닥을 지나고 있는지는 확실치 않다"며 "하지만 세계경제가 '희망의 빛'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전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