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인들과 만날 때는 명함을 두 손으로 건네야 합니다. 지위를 명확히 따지는 편이니까 이 점에도 유의하시고요. "

선정 요한센 KOTRA 덴마크 무역센터장은 요즘 풍력 발전기 제조 분야 글로벌 1위인 베스타스 소속 40여명의 구매 담당자들에게 한국식 비즈니스 매너를 강의하고 있다. 평산 현대단조 등 20여개 국내 풍력 발전기 부품업체를 초청해 오는 9월 덴마크에서 열릴 '윈드 파워 파트 플라자(wind power part plaza)'를 준비하고 있는 것.

바이어가 '왕'인 냉혹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베스타스는 왜 한국을 향해 몸을 낮추는 것일까. 이유는 한국산 부품이 '최고'이기 때문이다. 요한센 센터장은 "풍력 발전기 제조는 대형 장치 산업으로 조선업과 비슷하다"며 "옛 조선기자재 업체인 태웅은 타워플랜지(발전기 타워의 원통형 기둥을 연결하는 이음새 부품),메인 샤프트(날개의 운동에너지를 터빈에 전달하는 회전축) 등 핵심 부품에서 전 세계 풍력 발전 부품 수요의 15%를 공급하고 있을 정도"라고 밝혔다. 오는 9월 행사를 위해 베스타스는 KOTRA 현지 무역센터에 22개 분야에 달하는 구매 물품 목록을 보내왔다. 이 가운데 컨트롤 시스템,캐스팅 등 16개 부품이 새로 주문하는 것들이다. 서유럽 부품 업체로부터 공급받던 물량을 한국산(産)으로 돌리기로 했다.

프랑스의 태양광 발전소 제조업체인 키너지사는 이달 초 국내 기업으로부터 10만유로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수입했다. 박대규 KOTRA 파리 무역센터장은 "한국산 제품은 유럽산과 비슷한 품질인데 비해 가격은 10~15% 저렴해 호평을 받고 있다"며 "키너지사는 건물일체형 모듈(일반 태양광 모듈은 건물 지붕 위에 설치)을 추가 주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고 스펙을 요구하는 삼성전자,LG전자에 부품을 공급하면서 품질과 가격경쟁력을 인정받은 국내 전자부품 업체들의 수출길도 넓어지고 있다. 이제혁 KOTRA 구미팀 과장은 "노키아,플렉트로닉스 등 유럽 주요 전자제품 메이커들이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산 부품 아웃소싱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어권 최대 통신사인 텔레포니카사도 '글로벌 얼라이언스 프로젝트'를 추진,아웃소싱 대상지역을 중남미 국가로부터 전 세계로 확대하고 있다. 이 과장은 "한국을 우선 조달대상국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프랑크푸르트=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