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두박질치던 미국 경제가 바닥을 쳤을 것이란 신호가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금융시스템이 여전히 불안하고 월 평균 6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지만 TV 가구 등 내구재 주문,주택거래,소매판매 등 일부 경제지표가 조금씩 호전되고 있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던 미 경제가 일단 회복의 실마리를 찾은 것 아니냐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25일 발표된 2월 내구재 주문과 신규주택 판매는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다. 6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던 내구재 주문이 증가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2월에도 내구재 주문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경기침체로 직격탄을 맞은 제조업 산업활동도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

미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지수는 작년 12월 32.9를 기록한 이후 2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여 2월 35.8로 올라섰다. 여전히 기준선(50)을 밑돌지만 바닥에서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아담 요크 와코비아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한 달 통계로 경제 흐름을 파악하긴 어렵지만 여러 군데서 호전된 경제통계가 나오고 있다"며 "최악의 경제통계가 쏟아지던 때와 비교하면 회복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최근 발표된 주택 관련 통계도 부동산시장이 조만간 안정을 찾을 것이란 기대를 불어넣고 있다. 2월 신규주택 판매가 전월에 비해 증가세로 돌아섰고 2월 기존주택 판매(계절조정)도 전월 대비 5.1% 증가한 472만채(연율기준)를 기록했다. 2월 신규주택 착공건수도 전월 대비 22.2%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주택 착공건수 증가는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지난 1월 주택 가격지수도 10개월 연속 하락에서 벗어나 상승세로 돌아섰다.

최근 들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5% 밑으로 떨어지면서 모기지 신청 건수도 급증 추세다. 작년 9월 신용위기 이후 일제히 지갑을 닫았던 소비자들도 조금씩 소비를 늘려가고 있다. 2월 소매판매는 전월에 비해 0.1% 감소하는데 그쳤다. 1월 소매판매 수정치는 전월 대비 1.8% 늘어난 것으로 발표됐다.

물론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해서 곧바로 회복세를 탈 것이라고 얘기할 수는 없다. 러스 퀘스테리치 바클레이즈글로벌 투자전략가는 "경기가 바닥을 쳤다고 말할 수 있지만 강한 회복세를 탈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산업활동 선행지표에 비춰볼 때 기업들은 여전히 인력과 투자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난 만큼 경기회복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란 지적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따르면 작년 11월 이후 전체 산업의 86%가 생산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42년 전 FRB가 처음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악의 수치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당분간 경기가 바닥을 다지다가 부양책 효과가 2분기 이후 가시화되고 금융 안정화 정책으로 은행 대출이 재개되면 연말께 본격 회복세를 타는 L자형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이익원 특파원 i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