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가 바뀌면 말의 뜻도 달라진다.

올들어 중국 인터넷에서 뜨기 시작한 신조어 '핀커(병<손수변에 幷>客)'에는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 중국 사회를 휩쓸고 있는 불황의 심각성과 이에 대처하는 서민들의 생활의 지혜가 담겨져 있다.

핀커는 '서로 몰랐지만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그룹을 지어 어떤 일을 함께 한다'는 뜻이 담긴 신조어로, 서로 돈을 아끼기 위해 모인 행위를 지칭할 때 사용된다.

원래 '필사적이다, 목숨을 내걸다'는 의미로 일상생활에서 핀보(博:필사적으로 싸우다), 핀밍(命:목숨을 버리다) 등으로 상용되고 있는 '핀'에 새로운 뜻이 추가된 것이다.

핀커의 예는 ▲한국의 카풀과 같은 승용차를 나눠 탄다는 뜻의 핀처(車) ▲방을 나눠 쓰는 핀팡(房) ▲교재와 선생님을 공유하는 핀쉐(學) ▲여행을 함께 가는 핀여우(遊) ▲쇼핑, 헬스 카드 등을 함께 사용하는 핀카 ▲결혼식장과 혼례용품을 나눠쓰는 핀훈(婚) ▲모르는 사람끼리 식사를 함께하며 더치페이 하는 핀찬(餐)등 다양하며 앞으로 더욱 개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터넷을 통해 '경비 절약 동지'를 모으는 핀커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돈을 아끼기 위해 선뜻 무리를 짓는다는 점에서 친구와 동료들에 국한되던 더치 페이와 구별된다.

절약의 지혜를 담은 신조어 중에는 '스커(試客)'라는 말도 있다.

백화점이나 슈퍼마켓 등에서 시식을 하거나 화장품의 샘플을 받아 사용한 행위나 사람을 총칭한다.

중국에선 최근 들어 인터넷을 통해 신청만 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브랜드 화장품, 음료, 신문·잡지, 어학교재 등의 샘플이 무료로 쏟아져 들어온다.

사용해본 제품에 대한 인상을 인터넷에 올리기만 하면 된다.

(베이징연합뉴스) 조성대 특파원 sdch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