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LCD 등 일부 정보기술(IT) 품목의 매출과 가격이 최근 반등세를 보이면서 업계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26일 업계와 시장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부터 진행된 IT업계의 감산과 일부 업체의 파산신청으로 공급 능력이 감소하고 재고가 소진되면서 최근 낸드플래시와 PC모니터용 LCD패널의 가격이 반등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업계는 수요 확대 등 시황이 근본적으로 개선될 여지는 보이지 않고 있고 일부 품목의 일시적 반등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현재의 상황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봄이 왔지만 봄 같지 않다)'으로 보고 있다.

◇낸드 가격 상승..D램은 바닥세 고정 = 반도체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16기가비트 MLC(멀티레벨셀)의 고정가격은 작년 말 1.92달러에서 최근 3.15달러로 상승했다.

휴대전화 MCP(멀티칩패키지) 등에서 경쟁 제품인 노어플래시 진영의 1위 업체 스팬션이 최근 파산보호신청을 하고, 도시바와 하이닉스반도체 등이 대규모 감산을 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놓고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하이닉스 반도체 등의 올해 1분기 영업적자 규모가 작년 4분기에 비해 줄어들고, 이르면 3분기에 흑자전환도 가능하다는 희망섞인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도체 공급과잉이 완화돼 3분기에는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해외업계의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전망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것이라는 게 업계의 평가다.

더구나 D램의 경우 업계 5위인 키몬다의 파산신청과 대만업체 등의 대규모 감산에도 불구하고 주력제품인 1기가비트 128Mx8 667MHZ의 고정거래가격은 1 달러에도 한참 못미치는 0.88 달러 선에 고정돼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환율효과와 감산의 영향으로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승했지만 D램 가격은 그대로이고, 근본적으로 수요가 살아날 기미가 없어서 냉정하게 보면 시황이 바뀔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고, 하이닉스 관계자도 "시황이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 사실이라면 정말 좋겠지만, 아직은 아니다"고 말했다.

◇PC모니터용 LCD값 반등..상승세 이어질지는 미지수 = 26일 시장조사기관인 아이서플라이 등에 따르면 PC 모니터로 사용되는 17∼19인치 LCD 패널의 고정거래 가격이 전월에 비해 4∼6% 가량 상승했다.

이 품목의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은 10개월 만이다
앞서 지난 18일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가 발표한 2월 LCD패널 매출 실적에서도 대형 LCD패널의 출하량이 5개월만에 반등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하반기의 강도높은 감산으로 재고가 소진된 상태에서 최근 TV 세트 판매량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중국쪽에서 PC모니터용 LCD패널 주문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LCD 역시 시황호전으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재고조정이 많이 된 상태에서 일부 주문이 늘어 몇몇 품목에서 가격과 매출 증가가 있긴 하지만, 5,6월 까지 이어질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서울연합뉴스) 맹찬형 기자 mangel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