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유럽연합(EU)간 자유무역협정(FTA)의 잠정 타결 선언이 이뤄지면서 제조업 분야를 중심으로 관세철폐 내지 감축에 따른 가격효과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27개국, 4억9천만명의 소비자를 포괄하는 총생산 14조9천억 달러의 거대시장인데다 미국에 비해 제조업 관세가 높은 품목도 많기 때문에 특혜관세가 적용될 경우 그만큼 효과도 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자동차, 평균 1천 유로 이상 가격인하 효과
26일 코트라(KOTRA)에 따르면 유럽 현지 자동차 수입딜러들은 한국산 자동차에 붙는 현행 10%의 관세가 없어질 경우 대당 평균 1천 유로 이상의 가격 인하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양측이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지만 수입관세 환급까지 인정되면 대당 300유로의 추가 비용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다.

네덜란드 그린닙사의 수입담당 마이클 블린판테는 "다소 약한 브랜드 인지도와 디자인을 끌어올리면 유럽시장에서 한국차가 돌풍을 일으킬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품이지만 중국,터키산 저가제품에 밀려 고전했던 위성방송 수신기(셋톱박스)도 원화 약세에 이은 관세철폐로 수혜가 기대되는 품목이다.

독일의 전자제품 유통기업 알디스사(社) 관계자는 "셋톱박스 구매에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지만 신속한 납품과 충실한 애프터 서비스가 보장돼야 한다"면서 "가능하면 유럽 현지에 상주직원을 두고 구매처와 장기적 신뢰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FTA는 매년 10%가량 늘어나고 있는 EU지역 대기업들의 부품 등 아웃소싱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동차산업의 경우 프랑스 르노의 오딜 데포르주 구매이사는 한국산 자동차 부품에 대해 "관세철폐가 물류비용을 상쇄할 경우 더욱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

구매기준이 까다로운 독일 다임러도 한국산 부품의 품질대비 가격경쟁력을 높게 평가하고 있으며 특히 전장부품 구매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전자분야에서는 핀란도 노키아와 독일 지멘스 등이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산 부품 아웃소싱에 큰 관심을 갖고 있으며 스페인 최대 통신서비스업체 텔레포니카는 아웃소싱 대상지역을 기존 중남미 국가에서 크게 확대하는 '글로벌 얼라이언스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한국을 우선 조달대상국으로 검토하고 있다.

◇ 현지 진출기업도 방향 수정 움직임
타이어와 LCD TV 등의 품목은 유럽의 수입관세가 높아 현지 생산이 이미 이뤄지고 있는 품목들이다.

하지만 관세철폐 효과와 물류비용을 분석해보면 한국에서의 직수출이 더 유리한 품목이 발생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코트라의 조사에 따르면 LG전자는 지금까지 관세를 물지 않는 디스플레이 패널을 수입해 폴란드에서 완제품 TV를 생산해왔으나 현지 생산비용과 직수출비용을 비교해 비중을 조정할 방침이며 헝가리에서 생산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한국타이어도 직수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현대자동차 체코 생산법인은 현지 동반 진출한 협력업체들로부터 부품 납품단가가 내리면서 연간 60억원 가량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체코에서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고 있는 한화 L&C는 유럽 완성차 메이커를 대상으로 주문자 상표부착방식(OEM) 납품을 추진할 방침이다.

프랑스 접경 벨기에 몽스에 위치한 두산인프라코어는 원산지기준 합의내용에 따라 현지 생산량을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코트라는 전했다.

관세철폐 등으로 이처럼 다양한 효과가 기대되고 있지만 기회를 최대한 활용하려면 납기 단축이나 물류 개선, 브랜드 홍보 등을 통한 현지화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특히 선진국부터 개발도상국까지 회원국의 폭이 넓은 EU는 역내 교역비중이 높고 회원국간 산업분업화나 수직계열화가 이뤄져 저렴한 가격만으로 뚫고 들어가기가 쉽지 않은 탓이다.

코트라는 "우선 원산지 증명을 철저히 준비하고 동종,유사 품목은 현지 물류망을 공동으로 운영하면서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브랜드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