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희 노동부 장관이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규정을 내년부터 실시하겠다는 정부방침을 다시 한 번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1997년 개정된 노동법에 규정된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규정이 13년 만에 적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노조 전임자는 회사가 지급하는 급여를 받으면서도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기보다 투쟁이나 상급활동만 해 와 노사관계를 악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꼽혀왔다.

사측이 노조 전임자에 대해 임금을 지급하는 것은 관련법상 근거가 없다. 그러다 보니 노조전임자 규모가 지나치게 방대해졌다는 지적은 일찍부터 제기됐다.

노조가 조합비에서 전임자 급여를 지불할 필요가 없자 별다른 고심 없이 전임자 수를 늘렸다는 것.특히 경영계에선 노조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이 법적 정당성은 물론 세계에 유례를 찾기 힘든 제도인 데다 이 제도 때문에 주요 선진국에 비해 국내 전임자 수가 터무니없이 많아졌다는 입장이다.

실제 한국노동연구원이 최근 실시한'노조전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전체 노조전임자 수는 1만583명,전임자 급여 총액은 4288억원으로 추정됐다.

노조 1개당 평균 실제 전임자 수는 3.6명에 달한다. 이는 노사가 단체협약에서 정한 전임자 수 3.1명보다 16.5%나 많다. 노조는 단협을 어기면서까지 전임자 수를 늘리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전임자 1인당 조합원 수는 149.2명으로 단협상 172.6명보다 적다. 국제적 기준으로 보더라도 일본이 조합원 500~600명당 1명,미국이 800~1000명당 1명,유럽연합(EU)은 1500명당 1명꼴인 데 비해 기형적으로 전임자가 많다.

특히 상대적으로 자금여력이 있는 대기업일수록 노조전임자 수가 폭증하는 양상을 보였다. 구체적으론 100인 미만 사업장의 전임자 수 평균은 1.3명이고 300인 이상 10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도 전임자가 3.7명 수준이었다. 반면 1000인 이상 대형 사업장의 전임자 수는 평균 24.6명에 달했다. 100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단협과 실제 전임자 수 차이가 별로 없었지만 1000인 이상 대기업이 되면 단협보다 평균 5.5명이나 전임자가 많았다.

이에 따라 현재 노조 전임자의 임금 총액은 조합비 총액보다 많은 기형적인 구도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340개 노조의 유급 전임자 1199명의 연간임금 총액은 518억원으로 조합비 총액 467억원보다 많은 상황이다.

노동계 안팎에선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제도가 일부 대기업 노조의'노동귀족'을 양산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분석한다. 노조 전임자 중엔 일은 안 하면서 일반 근로자보다 월급도 많고 다른 혜택도 더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현대자동차 노조의 경우 노조 전임자 수가 단체협약에서 정한 것(98명)보다 두 배 이상(214명)이나 된다. 일반 근로자들은 기본급과 잔업수당만 받지만 노조 전임자는 고정 잔업수당에다 휴일 특근 수당 등을 더 받는다. 출퇴근 면제와 차량 및 유류비 지원 같은 각종 전임자만의 특혜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