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6개월 이상 깊은 불황의 늪에 빠졌던 반도체 경기가 1분기를 기점으로 턴 어라운드(방향 전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하이닉스반도체의 1분기 적자폭이 전분기에 비해 절반 이상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 연내 흑자 전환(분기 기준)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다. 반도체 수탁가공(파운드리) 업체인 동부하이텍도 창사 이래 처음으로 공장 가동률 100%에 도달했다.

미국과 중국 기업들의 정보기술(IT) 제품 재고 소진으로 반도체 주문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반면 업계의 감산으로 공급 능력이 크게 감소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당국이 △오는 5월부터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를 전국으로 확대하고 △전 국민에게 컴퓨터 보급을 장려하면서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이에 따라 휴대폰에 많이 들어가는 낸드플래시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올라 지난해 말 1.92달러였던 16기가비트(Gb) MLC 제품의 고정거래 가격은 최근 3.15달러까지 치솟았다. 반면 D램업계 5위였던 키몬다가 파산 신청을 하고 대만 업계를 중심으로 감산이 확산되면서 업계의 공급 능력은 지난해에 비해 30%가량 급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제조원가 대비 70% 언저리에 머무르고 있지만 40~50나노 첨단 공정을 중심으로 생산성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4분기 56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낸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은 올 1분기에 적자폭을 3000억원 이상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분기에 1조451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한 하이닉스는 1분기 손실폭이 5000억원 미만에 그칠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가격이 더 떨어지지 않는다면 2분기 이후 신공정 기술 도입 등에 따른 생산성 증대 효과로 빠르면 3분기에 흑자 전환도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동부하이텍 반도체 부문도 중국 IT 업계를 중심으로 휴대폰 카메라에 쓰이는 CIS(시모스 이미지센서),LDI(LCD 구동칩) 등의 주문이 늘면서 실적 호전 기대감이 높아졌다. 오는 9월 윈도7 출시를 앞두고 국내외 팹리스(반도체 설계) 업체들과의 공급계약도 크게 늘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80% 수준에 머물던 부천과 상우공장(충북 음성 소재)의 가동률을 이달 들어 100%로 끌어올렸다"고 밝혔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