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완 LG전자 중동 · 아프리카 지역본부장(부사장)의 두바이 집무실에는 독특한 게시판이 있다. 다이아몬드,골드,블루,그린,레드,블랙 등의 문구가 써 있는 색종이가 현지 법인 리스트 옆에 붙어 있다. 해당 법인의 목표 대비 실적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색종이를 사용했다. 다이아몬드는 목표 대비 160%,골드는 140% 이상을 뜻한다.

김 부사장은 "최근 다이아몬드,골드,블루 등 목표치 초과 달성을 의미하는 색종이가 부쩍 늘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20% 이상 늘어난 39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며 "2010년까지 60억달러 수준으로 매출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LG전자가 중동 · 아프리카 지역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품목 중 하나는 폭염과 염분에 강한 시스템 에어컨이다. 아랍에미리트(UAE),사우디아라비아,앙골라,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최근 1000만달러 이상의 물량을 수주했다.

중 · 아 지역본부 관계자는 "54도 폭염에서도 원활한 냉방이 가능하고 염분이 섞인 해안가 바람에 잘 견디는 중동 맞춤형 제품을 개발한 것이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남아공에서 불티나게 팔리고 있는 LG의 '수다쟁이(Chatterbox)' 휴대폰도 현지화 전략의 결과물이다. 이 제품은 10대 청소년들이 즐겨 쓰는 문자메시지를 보다 편리하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PC 키보드와 비슷한 '쿼티(QWERTY) 자판'을 썼다. 이름도 아예 '수다쟁이'로 정해 채팅에 강함을 앞세웠다.

지난해 11월 출시한 뒤 3개월 만에 10만대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 남아공 최대 이동통신업체인 보다콤은 '수다쟁이'를 12월의 잘 팔리는 톱 5로 선정했다.

대한전선도 중 · 아 지역에서 선전하고 있다. 이 회사는 남아공 현지 전선회사가 청산 위기에 놓이자 2000년 인수,엠텍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엠텍이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한 것은 2006년부터다. 아프리카 지역 개발 붐이 일면서 전선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와 150여개 중소도시 관공서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하는 'e전자정부 프로젝트'는 규모가 2500만달러에 달한다. 이 회사 매출은 2006년 1362억원,2007년 1629억원,지난해 1470억원으로 증가 추세다.

하준영 엠텍 대표는 "지난해 금융위기 여파로 일부 지역의 케이블 공사가 중단돼 매출이 다소 감소했지만 중장기적인 비전은 매우 밝다"며 "아프리카 케이블망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3년 내에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국 기업들이 자원개발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자원개발 사업에 참여하는 데 드는 비용이 2~3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강영수 KOTRA 요하네스버그 무역관장은 "정부 차원에서 아프리카 개발 사업을 독려하고 있는 중국에 시장을 내주지 않으려면 적극적으로 사업을 전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요하네스버그 · 두바이=송형석/김현예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