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채 발행 이어 국책銀 지원확대 등 요청

충분한 작업물량 확보로 불황과 무관한 것으로만 여겨졌던 조선업계가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한 자금 확보에 나선 데 이어 정부에도 도움을 요청하고 나섰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극도의 수주 '기근'에 이어 계속된 기존 계약물량의 취소나 연기 등으로 현금 유동성 부족현상이 점차 표면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조선협회와 조선업계는 최근 정부에 현금 유동성 확보 어려움을 토로하며 국책은행과 수출보험공사를 통한 지원확대를 요청했다.

업계가 정부에 타진한 지원방안은 먼저 수출입은행을 통한 금융지원 확대다.

선박을 발주하는 선주들이 계약을 취소, 연기하지 않도록 하려면 올해 1조5천억원인 선박금융 승인금액을 추가로 늘려야 하며 조선사들에 공급되는 제작금융의 올해 집행목표액도 현재의 1조6천억원에서 더 늘려야 한다는 게 업계의 요청이다.

업계는 이와 더불어 선박 건조가 정상적으로 이뤄지도록 조선 기자재업체들의 숨통을 틔우려면 2조원으로 책정된 네트워크 대출도 조기 집행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산업은행에 대해서는 신용공여한도 기준을 개선해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조선업계에 제공된 선수금 환금보증(RG) 관련 여신에 대해 위험 노출을 산정할 때 현재 산업은행이 선수금 입금액의 70%를 적용하고 있으나 이 비율을 50%로 낮춰 RG 제공을 원활하게 해주고 자기자본의 20%인 산은의 동일인 신용공여한도도 수출입은행 수준(40%)으로 높여달라는 게 업계의 요구다.

선박 수출 시 수출보험공사가 제공하는 신용보증 규모를 늘려달라는 요청도 건의안에 포함됐다.

조선업계는 2011년부터 적용되는 국제회계기준에 조선업체의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

수주계약 시 환헤지를 위해 매도한 선물환 관련 평가손실로 장부상 자본금이 줄어드는 문제는 지난해 10월 금융위원회가 해소했으나 나아가 국제회계기준에 따른 재무제표 작성 시 수주계약과 선물환 관련 손실의 순액만 반영되도록 도와달라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3일 보고서에서 조선업체의 무차입 상태는 올해를 기점으로 끝나고 7대 대형 조선사들이 분기당 1조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대규모 투자와 원자재가 상승 등에도 조선업체들이 보유 현금성 자산이 넉넉했지만 지난해 4분기부터 신규 수주가 없어지면서 조선업체의 영업 현금흐름 제고와 무차입 경영의 바탕이 됐던 대규모 선수금이 줄어든 게 핵심적인 이유다.

삼성중공업이 최근 7년 만에 원화 회사채 발행계획을 밝히는 등 조선업계의 현금 확보 움직임은 이미 본격화된 상태다.

정부 당국자는 "당장 유동성 위기는 아니지만 조선업계의 현금흐름이 이전에 비해 좋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한 대비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