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부실자산 정리계획 성공위해 월가 협력 필요"

월가를 향해 `약탈자'라는 용어를 사용하면서 강도높은 비난을 퍼부었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변하고 있다.

그는 최근 "금융기관을 돕는것이 인기 없는 정책인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위기의 시기에 분노에만 좌우될 수는 없다"고 말했고, 나아가 AIG 보너스 파문과 관련해서도 "개인들을 표적으로 삼아, 그들을 벌주기 위해 세법을 사용하는 것을 여러분은 원치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대선기간, 그리고 임기초반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월가의 탐욕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하고 AIG 보너스 파문에 대해서도 "국민이 분노하는 것은 당연하며 나도 화가 난다"고 말하면서, 이들에 대한 정부의 규제 강화 필요성을 역설해 오던 오바마 대통령이 유화적 태도로 변하고 있는 이유가 뭘까.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 재무부가 발표한 `공공민간투자프로그램'을 통한 금융기관 부실자산 구제계획에서 그 해답을 찾았다.

이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민간 자본을 끌어들이는 것이 관건이며, 이는 월가의 금융인들을 설득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을 오바마 대통령이 알고 있다는 것이다.

WSJ는 "최근 백악관 회의에서 은행가들이 정치인과 국민의 매서운 질타로 인해 정부와 일 하는 것에 대해 꺼리는 분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를 논의했고, 지난 주말 오바마 대통령과 고위 관리들이 TV 등에 출연해 금융기관에 대한 비판을 톤 다운 시키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오바마는 21일 CBS 방송에 출연해 "곧 발표될 금융 구제 계획의 성공을 위해 월가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한 바 있다.

또 티머시 가이트너 재무장관과 경제 관련 고위 관리들은 월가 금융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부실자산 구제계획을 설명하고, 지원을 당부하면서, 보너스를 받은 특정 개인들을 벌주기 위한 것이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나 금융인들은 최근 미 의회의 보너스 반대 논의에 대한 불평을 털어 놓으면서, "연방정부의 규제를 피하기 위해 정부의 구제자금을 조기 상환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모색중이며, 헤지펀드 자금까지 동원해서라도 빚을 갚겠다"는 뜻을 전달했다고 관리들과 통화를 한 금융인들이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월가와의 관계 개선을 도모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그는 취임 직후 가이트너 재무장관의 모호한 금융구제안 발표 이후 뉴욕 증시가 하염없이 추락하고, 어떤 정책도 통하지 않으면서 일부 신문이 `오바마 베어 마켓'(오바마 약세장)이라는 표현을 쓴 이후 백악관 참모들을 동원해 월가 금융인들과의 대화에 나섰고, 주택시장 활성화 대책을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AIG 보너스 파문이 터지면서 다시 관계가 꼬이게 된 것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데이비드 액슬로드 백악관 선임고문이 "월스트리트가 없이 경기 회복을 이룰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며 "그러나 AIG 보너스 파문이 이를 더 어렵게 만들었다"고 토로했다.

모건 스탠리의 최고관리책임자인 토머스 나이즈는 "정치와 정책 사이에서 올바른 균형을 찾아야 한다"면서 "백악관은 건강한 메인스트리트를 위해서는 건강한 월스트리트가 필요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WSJ는 오바마 행정부와 월가간 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최근의 보너스 규제 움직임이 관건이라고 지적하면서, 월가 금융인과 대기업들은 "만일 당신들이 우리의 도움을 원한다면, 우리의 보너스에 대해 벌주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고 덧붙였다.

(뉴욕연합뉴스) 김현재 특파원 kn020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