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중소기업이 규격 오차를 줄이고 발송처리 속도를 높인 신개념의 '창문봉투(사진)'로 진입장벽이 높은 일본 시장을 뚫었다.

봉투제작 전문업체인 쓰리에이빌링(대표 이기진)은 일본 굴지의 DM(Direct Mail) 전문그룹인 고유(KOYU)비즈니스와 70만달러 규모의 창문봉투 납품계약을 체결,국내 업체 중 최초로 일본에 수출했다고 24일 밝혔다.

창문봉투는 봉투 겉면에 주소지를 확인할 수 있는 투명필름(창문)이 부착된 것으로 통신사,카드사 등이 고객에게 보내는 대량발송용 제품이다. 일반적으로 창문봉투의 생명은 종이의 평활도(표면이 일정하게 고른 정도),종이 및 필름 접착부위의 풀칠 상태,봉투규격의 오차 등에 따라 좌우된다. 이 같은 3박자가 맞지 않을 경우 '우편물 자동 봉입기'를 통해 고속으로 우편물을 봉투 안에 집어넣을 때 '잼(Jam)' 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창문봉투는 한국제지에서 개발한 특수제지를 사용했으며 규격 오차가 0.5㎜ 이하에 그치고 필름과 봉투의 접합부위도 걸리지 않도록 제작됐다. 실제 일반적인 창문봉투는 통상 시간당 2만매 가량 봉입할때 20~30회 가량 잼이 발생하는 반면 쓰리에이빌링이 제작한 창문봉투는 1시간이 지나도 잼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쓰리에이빌링은 작년 3월 시제품을 제작한 뒤 고유비즈니스가 요구하는 품질수준을 맞추기 위해 지난 1년 동안 4차례에 걸쳐 까다로운 테스트를 통과, 수주를 따냈다.

고유비즈니스 측은 그동안 일본 최대의 봉투제작업체인 이무라의 창문봉투만을 사용해왔으나 이번 계약을 계기로 쓰리에이빌링 측과 일본 내 봉투판매 확대를 위한 공동마케팅을 통해 제품을 지속적으로 확대 구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대량발송용 창문봉투 시장은 연간 수조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쓰리에이빌링 제품 공급가격은 창문봉투 1개당 2.5엔~3엔 정도로 이무라 제품(5~6엔)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최근 원 · 엔 환율 상승에 따른 '역 샌드위치' 효과도 작용한 셈이다.

쓰리에이빌링은 품질개선을 위해 지난해 3월 75억원을 투자해 경기 파주에 건축 연면적 5423㎡ 규모의 최신식 공장을 건설하고 130억원을 들여 독일산 최신설비인 윈클러의 627RC 전자동 봉투제조기,뮐러 마티니의 8컬러 컨셉타(COLOR CONCEPTA)를 도입, 설치했다.

이기진 대표는 "겉으로 보기에는 봉투의 품질 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지만 종이의 재질과 접합부위의 풀칠 정도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으면 기계에 자주 걸려 작업에 지장을 초래하기 쉽다"며 "과감한 투자를 통해 봉투 제작의 오차를 크게 줄이는 등 품질수준을 높인 것이 효과를 봤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현재 국내에서 KT,KTF,BC카드,국민연금관리공단,현대백화점 등에 제품을 납품하고 있으며 오는 4월8일 실시하는 경기도 교육감선거 투표안내문,선거공보 봉투도 공급하게 된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