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충돌과 안전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운전자들이 많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명제는 참일까 거짓일까.

1.웬만한 충돌사고는 팔과 다리로 지탱하면 다치지 않을 수 있다. 2.차체가 단단해 충돌사고가 나도 찌그러지지 않아야 안전한 자동차다. 3.에어백 시스템이 완벽하다면 시트벨트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다.

먼저 충돌사고로 차량이 받는 충격을 간단히 환산해 보자.시속 100㎞로 달리는 차량이 사전 제동 없이 콘크리트 벽과 부딪혔을 때 받는 충격은 차를 탄 채로 약 40m의 높이에서 떨어져 땅바닥과 충돌하는 것과 같다. 약 15층 높이의 아파트 옥상에서 차를 탄 채로 지상으로 떨어지는 것과 같은 셈이다. 시속 80㎞의 충돌은 25m 높이에서,시속 60㎞는 14m 높이에서,시속 40㎞는 6m 높이에서 각각 자유낙하하는 것과 같은 충격을 받는다.

운전자가 양팔을 사용해 버티면 약 50㎏의 억제력을 발휘할 수 있고,양 발을 사용하면 약 100㎏까지 버틸 수 있다. 양팔과 양 발을 최대한 사용했을 때 150㎏까지 버틸 수 있다는 얘기지만 이 정도의 억제력은 시속 7㎞가량의 충돌 속도에서 버틸 수 있는 정도일 뿐이다.

충돌사고가 나면 차체가 찌그러지게 된다. 충돌 때 차량이 갖고 있는 운동에너지 중 승객에게 전달될 수준을 100이라고 가정하면 차체가 찌그러지면서 40에서 60의 충격을 흡수한다. 만약 차체가 찌그러지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100의 충격을 운전자가 그대로 받게 되므로 시트벨트와 에어백으로 흡수가 불가능한 충격에 의해 많이 다칠 수 있다. 따라서 충돌사고가 날 때 차체의 앞부분은 적절히 찌그러져 충격을 흡수하되 승객이 탑승한 승객실은 찌그러지지 않는 차가 운전자에게 안전한 차다.

마지막으로 에어백 장착 차량을 자세히 살펴보자.에어백이 내장된 스티어링 휠이나 조수석 크래시패드에 'SRS Airbag'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SRS는 '보조안전장치(Supplemental Restraint System)'라는 뜻이다. 어떤 안전장치를 보조하는 장치라는 걸까. 바로 기본안전장치인 시트벨트다. 시트벨트는 1955년 포드자동차에 처음 적용되기 시작했다. 초기의 시트벨트는 '2점식(고정된 부분이 2곳으로 보통 고속버스나 항공기 시트벨트에 적용된다)' 형태였다. 4년 후 볼보자동차가 현재 사용되는 '3점식 벨트'를 처음으로 양산 차량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시트벨트는 충돌 사고가 나면 극히 짧은 시간 동안 여러 가지 동작을 한다. 먼저 '프리 텐셔너'라는 기구를 작동시켜 시트벨트를 되감아 승객이 시트에 밀착될 수 있도록 한다. 이때 시트벨트의 장력이 과도하게 올라가면 '로드 리미터'라는 장치가 작동되며 시트벨트를 다시 풀어 가슴의 압박을 줄여준다. 벨트 자체도 어느 정도 늘어나는 성질이 있기 때문에 시트벨트를 착용했어도 머리나 무릎 등은 크래시패드나 운전대에 부딪힐 수 있게 된다. 에어백은 바로 이러한 부위까지 완전히 보호해 주기 위해 개발된 것이다.

따라서 시트벨트와 에어백 사이에는 태생적인 차이가 존재한다. 아무리 에어백의 종류가 많아져도 가장 효과적으로 승객을 보호해 주는 기구는 시트벨트다. 또한 대부분의 에어백은 충돌 속도가 증가할수록 시트벨트의 도움 없이는 승객을 적절히 보호해 주기 힘들어진다. 즉 아무리 많은 에어백을 옵션으로 달고 있어도 반드시 기본 안전장치인 시트벨트를 착용해야 사고 시 생길 수 있는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