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대 경제권이자 우리나라 제2의 교역파트너인 유럽연합(EU)과의 의 자유무역협정(FTA)이 다음달 최종 타결될 경우 국내시장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미국을 압박해 한.미 FTA 비준안 처리를 가속화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보인다.

통상교섭본부는 24일, 이틀에 걸친 제8차 한국-EU FTA 협상이 마무리됐으며 거의 모든 쟁점에 대해 협상단 차원에서 잠정적인 합의를 도출했다고 밝혔다.

주요 쟁점을 거의 모두 타결했다는 의미다.

이혜민 FTA 수석대표는 최근 한.EU FTA가 한.미 FTA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EU와 미국과의 관계, 한국시장에서의 경쟁 등을 감안하면 한.EU FTA가 타결될 경우 한.미 FTA 비준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EU FTA가 연내 서명절차를 완료되면 최근 비준동의안 처리가 지연되고 있는 한.미 FTA 보다 앞서 내년 1분기 중 발효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 등 공산품은 물론 법률 등 서비스 시장에서도 강점을 갖고 있는 EU가 관세철폐, 비관세장벽 제거 등 FTA 수혜를 입어 국내 시장에 진출하면 미국의 입지가 약화될 수 있다.

실제 미국 내에서도 이러한 점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고 있다.

미 상원 재무위 간사를 맡고 있는 찰스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상원의원은 론 커크 무역대표부(USTR) 대표에 대한 청문회 서면질의에서 "한국이 EU와 FTA를 진행하고 있는데 미국이 한국 시장에서 뒤쳐질 가능성이 없느냐"며 우려를 나타냈다.

이에 대해 커크 대표는 "한.EU FTA가 타결되더라도 실제 이행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당분간 EU 측이 우리에 비해 한국시장에서 더 좋은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정부 관계자는 "답변 내용만 보면 한.EU FTA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는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미국이 한.EU FTA에 계속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한.EU FTA가 타결되면 미측 비준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 내 언론을 중심으로 한.미 FTA의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해 "현 상태에서는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힌 론 커크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의 자유무역에 대한 모호한 입장을 지적하고 세계 경제를 회복시킬 교역의 확대를 위해 미 정부가 분명한 입장을 취할 것을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FTA 반대론자들이 대표적으로 자동차 시장에서의 불균형을 거론하지만 그들이 두 나라 자동차 시장 규모의 차이나 한국 업체들이 미국 회사들에 비해 상대국 소비자가 좋아하는 차를 만든다는 점 등은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신문은 또 "미국이 FTA 발효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다른 나라들이 한국과의 무역에서 이익을 얻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keunyou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