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추가경정예산안이 사상 최대인 29조원 규모로 최종 확정됐다.1998년 외환위기 때의 13조9000억원의 두배가 넘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중도 1.9%로 98년 1.4%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재정건전성에 악영향이 우려되지만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SOC 투자 배제한 서민지향형 추경

경기 침체기에 추경을 편성할 때는 사회간접자본(SOC)에 가장 많은 돈을 써야 한다는 것이 일종의 상식이었다.경기 유발 효과가 즉각적인데다 다른 산업에 비해 고용창출력도 높은 분야가 바로 SOC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추경안에서는 그동안의 상식을 깨고 세출 증액 17조7000억원 가운데 도로 철도 항만 등 전통적인 SOC사업에는 한 푼도 넣지 않았다.굳이 SOC 사업을 찾아 보자면 재해예방과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4대강 살리기 사업(5500억원 추가 배정) 정도가 고작이다.

SOC투자를 대신해 서민보호와 일자리 창출,중소·수출기업 지원이 재정투입의 우선순위에 자리잡았다.저소득층 지원에 4조2000억원,고용유지 및 취업기회 확대에 3조5000억원,중소·수출기업 및 자영업자 지원에 4조5000억원을 투입키로 했다.

결국 이번 추경은 ‘경기를 살리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서민보호책’이라는 기존의 성장주의적 경제관에서 ‘경기침체기 재정확대책은 서민보호에 집중해야 한다’는 분배지향적 경제관으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는 해석이 가능하다.‘서민지향형 추경’,‘따뜻한 추경’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현실영합적 추경’이라는 가시돋친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성장률 1.5% 높아지고 일자리 55만개 생긴다?

정부는 이번 추경으로 성장률이 1.5%포인트 가량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추경과 함께 시행할 예정인 규제완화와 민간투자 확대책까지 감안하면 2%포인트까지 성장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경상수지 흑자규모는 당초 전망치인 130억달러를 훨씬 넘어서고 소비자물가 역시 2% 후반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고용에 미치는 효과는 15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추정했다.직접적 일자리 창출만 55만2000명(연간 환산시 28만명)에 달하고 이와 별도로 수출·중소기업 지원이나 미래 대비 투자 등에서 생기는 간접 고용유발효과도 연간 4만~7만개에 달할 것이라고 봤다.이 밖에 △일자리 지키기 및 나누기 정책으로 22만1000명△교육 및 훈련지원으로 32만7000명△생계지원과 고용촉진책으로 38만2000명이 각각 혜택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에 “아직은 문제없다”

대규모 추경 편성이 재정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혀실이다.올해 통합재정수지는 당초 예산상 계획했던 6조4000억원 흑자에서 22조5000억원 적자로 반전된다.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기금수지를 제외한 관리대상수지 역시 당초 24조8000억원 적자에서 51조6000억원 적자로 악화된다.적자국채 발행에 따라 국가채무 규모 역시 당초 예상했던 349조7000억원에서 366조9000억원으로 늘어나 GDP 대비 비율이 34.1%에서 38.5%로 높아진다.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괜찮은 우리의 재정 여건을 감안할 때 아직까지는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GDP 대비 재정수지 적자는 종전 0.6%에서 2.4%로 높아지게 되지만 미국 12%,일본 7.1%,영국 7.2%,프랑스 5.5% 등과 비교하면 아직은 양호한 수준이다.G20 국가 평균(6.2%)과 비교해봐도 낮은 편이다.

국가채무 수준도 GDP의 34.1%에서 38.5%로 높아지긴 하지만 미국 62.8%,일본 170.3%,영국 65.4%,프랑스 47.5%,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5.4% 등과 비교할 때 그리 나쁘지 않다.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차분히 내실을 다져온 것이 지금은 큰 힘이 되고 있는 셈이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