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은행권의 부실자산 처리자금 확보를 위해 가칭 '공공투자공사(PIC)'를 설립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 정부는 또 민간 투자자들과 함께 은행들이 안고 있는 부실자산을 △부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부실 모기지 관련 증권 △기타 부실자산 등 세 가지로 분류해 청소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PIC 재원으로는 일단 재무부가 기존 구제금융에서 750억~1000억달러를 충당하고,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1000억달러를 조성한 뒤 계속 규모를 불릴 것으로 보인다. 재무부는 초기 5000억달러,향후 1조달러 규모의 민 · 관펀드를 만들어 은행권 부실자산을 인수한다는 구상이다. 미 은행권의 부실자산 규모는 총 2조달러대로 추정되고 있다.

이와 관련,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 은행들이 내다팔고 싶어하는 부실 모기지의 경우 FDIC가 민간 투자자들에게 경쟁입찰에 부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민간 투자자들의 부실자산 매입자금 중 상당 부분은 PIC를 통해 재무부와 FDIC가 대출해 줄 예정이다.

부실 모기지 관련 증권은 재무부가 수개의 투자펀드를 민간 투자자들과 공동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방식(매칭펀드)으로 처리할 것으로 WSJ는 예상했다. 이때도 미 정부가 민간 투자자들에게 매입자금을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부실자산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현행 기간자산담보증권대출창구(TALF)를 통해 사들여 처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의 헤지펀드와 사모투자펀드,연기금 펀드에다 미국에 본사를 둔 외국계 투자사들도 민간 투자자로 참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CNN방송과 뉴욕타임스는 정부가 부실자산 매입금액의 85~97%를 융자하는 조건으로 민간 투자자들을 유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이날 WSJ와 가진 인터뷰에서 "정부가 모든 위험을 떠안을 수는 없다"며 "민간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금융위기 주범으로 지목된 데다 AIG 보너스 파문을 계기로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이 질타를 당하고 있지만 미 정부가 이들의 손을 빌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로렌스 핑크 최고경영자(CEO)는 민간의 투자 여부와 관련,"정부 계획에 괜히 발가락을 담갔다가 발가락을 아예 잘리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많은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이번 세부안은 오바마 정부의 시험대다. 특히 가이트너 재무장관은 시장 기대에 미치는 세부안을 내놓아야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가이트너 장관은 지난달 10일 부실자산 처리 밑그림을 발표했지만 알맹이가 없다는 이유로 곤욕을 치러야 했다.

이어 지난달 25일 은행권의 스트레스 테스트 세부안을 발표했을 때도 주가는 떨어졌다. AIG 보너스 파문의 책임 소재 논란에 휩싸이며 사퇴 압력까지 받고 있는 그에게 이번 세부안은 재기의 디딤돌이 되거나,아니면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