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인구감소 쇼크…"해외동포 돌아오라"
"해외 동포들이여,조국으로 돌아오라."

심각한 인구 감소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러시아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해외 동포를 귀국시키는 데 적극 나서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러시아 정부가 해외 거주 러시아 동포들의 귀국 지원 프로그램에 지난 2년 동안 3억달러를 지출하며 인구 감소 문제를 해결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 정부는 옛 소련연방이었던 이웃 국가뿐 아니라 남미의 브라질까지 정부 관계자를 파견할 정도로 귀국 지원 프로그램에 적극적이다.

귀국 지원 프로그램에 지원 가능한 해외 동포는 러시아 정부 추산으로 2500만명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은 1991년 옛 소비에트연방 붕괴 이후 이웃 국가에 남아 있다. 일부는 러시아 정교회 출신으로 공산정권 수립 후 종교 박해를 피해 1920년대 미국의 알래스카와 오리건주,남미의 브라질과 우루과이 등 전 세계로 흩어졌다.

러시아 정부가 해외 동포 귀국에 적극적인 이유는 인구 감소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출산율 저하와 나쁜 위생습관 등으로 인구가 줄어 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까 노심초사다. 러시아의 출산율은 2007년 현재 -1%로,매년 인구가 감소하는 추세다. 유엔은 2008년 현재 1억4100만명인 러시아 인구가 2050년에는 1억1600만명으로 18%나 급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한 방대한 면적의 극동지역 인구는 옛 소련 붕괴 이후 800만명에서 최근 600만명으로 줄었다.

동포 귀국 프로그램의 성적표는 아직까지는 썩 좋지 못하다. 지난 2년간 이 프로그램을 통해 러시아로 귀국한 사람은 1만300명 정도에 그쳤다. 귀국 프로그램이 너무 관료주의적이고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특히 이 귀국 프로그램은 전체 해외 거주 러시아인과 그 후손들에게 개방돼 있지 않다. 지원자는 반드시 러시아어를 유창하게 구사해야 하고,러시아 사회와 문화에 적응돼 있어야 한다. 이주 러시아인들이 귀국해 러시아 사회에 잘 적응해야 하기 때문이라지만 폐쇄적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귀국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러시아 외교부는 앞으로 이 프로그램이 동포들의 관심을 더 끌 것으로 기대했다. 독일과 이집트 브라질에서 프로그램 설명회를 열었던 러시아 외교부의 블라디미르 포즈도로프킨은 "동포들이 이주의 첫 번째 조건으로 고려하는 것은 러시아에서의 삶의 질과 비즈니스 분위기"라며 "1인당 총 수천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주 및 취업 지원 혜택이 동포들의 주목을 끌 것"이라고 평가했다.

귀국 프로그램의 성공 여부는 러시아 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원유 수출국인 러시아 경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45달러까지 치솟았다가 급락하면서 휘청거리고 있다. 한창 호황이었던 2007년 8.1%였던 성장률은 지난해 6.2%로 낮아졌으며 올해는 마이너스 성장까지 예상되는 상황이다. 경제위기를 해결하고 충분한 일자리를 마련하는 것이 보다 많은 동포들을 불러들이는 지름길이라고 NYT는 평가했다.

우루과이에서 최근 블라디보스토크로 이주한 바실리 레우토프(36)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도 이주를 고려했지만 당시는 정국이 불안하다고 판단했다"며 "현재 러시아는 과거와 비교해서 안정적이고 번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이주를 결심했고 앞으로 주변인들에게 권유할 생각"이라고 심정을 밝혔다.

서기열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