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협력사들은 단가인하 우려

최악의 경기침체에 직면한 중소기업들이 걱정하는 가장 큰 현안은 자금사정 악화보다 주문이 줄면서 공장을 돌리기 힘들다는 점인 것으로 조사됐다.

또 대기업과의 하도급 관계가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있으며 특히 자동차 부품업체들의 경우 단가인하를 가장 큰 우려항목으로 꼽았다.

이런 조사결과는 산업연구원(KIET)이 연구원의 조사대상 패널기업 가운데 응답한 200개 중소기업의 답변을 분석해 23일 내놓은 '최근 경제위기에 따른 하도급 거래 현안과 시사점'보고서에 담긴 것이다.

응답 중소기업의 66.5%는 최대 현안으로 수요 감소를 꼽았으며 수출 감소(14.5%)보다는 내수 감소(52.0%)를 걱정거리로 꼽은 기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이에 비해 자금사정 악화와 채산성 악화를 최대 현안이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18.0%, 10.0%에 그쳐 생산설비를 가동시키는 문제가 현 시점에서 중소기업들의 최대 문제점임을 보여줬다.

매출 관련 어려움 가운데는 중기 특성상 대기업과의 하도급 관계 악화가 가장 핵심적 문제였다.

응답기업의 58.5%는 경제위기 이후 하도급 거래 관계가 악화됐다고 답했고 95.7%는 하도급 관계 악화가 경영악화의 중요한 요인이라는 답을 내놨다.

조사대상 기업의 88.0%가 하도급 물량이 줄었으며 납품단가 인하를 경험한 업체과 어음결제 비중 증가업체의 비율도 각각 33.5%, 20.5%에 달했다.

대기업의 '나부터 우선' 경영전략에 따라 하도급 거래 공정성도 저하돼 부당한 발주취소를 경험한 업체가 20.6%나 됐고 상생협력이 위축됐다는 업체는 25.9%였다.

주요 산업 가운데 자동차산업의 협력업체들은 주문물량이 줄어든데 더해 납품단가까지 떨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었다.

KIET는 "중소 부품업체들은 올해 납품단가 인하가 부품업체 생산성 향상보다 모기업의 수익성 보전수단으로 전락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완성차 업체의 1차 협력사에 대한 단가 인하폭은 2차, 3차로 내려오면서 증폭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조선산업도 부산조선기자재조합의 조사 결과 퇴출 및 워크아웃 업체와 관련해서만 174억원의 피해가 발생했으며 경기 영향이 큰 기계산업도 1월 건설기계 생산이 작년 동기의 20%선으로 격감하고 환율상승까지 겹쳐 채산성 악화가 심각해진 상태다.

KIET는 "수출 증대와 거래선 다변화, 신사업 진출 등 하도급 기업의 판로확대가 핵심과제"라며 공격적 부품.소재 국산화와 수출 확대 추진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이와 함께 대기업의 단가인하 등이 감지되는 만큼, 하도급 기업에 대한 경영부담 전가를 방지하고 구조조정 과정에서 하도급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대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연합뉴스) 김종수 기자 jski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