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시중은행이 설립하려는 민간 배드뱅크(부실채권처리 전담 은행)의 도덕적 해이를 막기 위해 자산관리공사(캠코)와 국민연금을 참여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부실채권 매입가격의 적정성을 따지기 위한 별도의 운영위원회도 설치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고위 관계자는 23일 "민간 배드뱅크가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 출자기관인 캠코와 국민연금이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캠코와 경쟁하게 될 민간 배드뱅크는 자본확충펀드를 받는 국민,우리,신한,하나 등 주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출자해 특수목적회사(SPC) 형태로 내달 중 설립될 예정이다.

금융권에서는 은행들이 부실자산을 비싼 값에 떠넘기거나 회계처리를 위해 일시적으로 부실자산을 숨겨놓는 등 민간 배드뱅크를 편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지적돼왔다. 이 경우 준 공적자금인 자본확충펀드가 은행의 부실처리를 오히려 도와주는 도덕적 해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위는 한 은행이 배드뱅크에 출자할 수 있는 한도가 15%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지분의 10~20%를 캠코나 국민연금이 출자하는 등 지배구조를 분산시켜 특정 은행이 독단적으로 운영하지 못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 김광수 금융서비스국장은 "자본확충펀드의 목적이 실물경제 및 구조조정 지원,부실채권 처리 등에 있는 만큼 민간 배드뱅크에 출자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다"면서도 "은행권이 편의적 목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거래의 공정성을 담보할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이를 위해 금융감독원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부실채권 가격산정위원회를 설립해 배드뱅크가 사들이는 부실채권 가격을 심사하도록 할 예정이다.

은행연합회는 일단 내달 중 자본금 3조원 규모로 배드뱅크를 출범시킨다는 목표 아래 각 은행 여신 담당자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운영 중이다. 실제 부실채권 매입은 이르면 6월부터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심기/정재형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