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총액기준 1,2,3위 모두 중국 은행<FT>

미국발 금융위기로 미국의 대형 금융기관들이 쇠락하고 중국 은행들이 약진하는 등 전 세계 금융시장의 지형도가 뒤바뀌고 있다.

영국의 경제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시가총액 기준으로 세계 금융계를 살펴본 바에 따르면, 각종 파생금융상품과 첨단 금융공학으로 무장한 영.미권의 금융권이 무너진 반면, 리스크 회피 전략을 구사해온 기존의 '금융 후진국'들이 약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FT가 23일 10년 전인 1999년 미국의 경제주간 비즈니스위크의 자료와 최근 자신들이 조사한 세계 주요금융기관들의 시가총액 기준 순위 변동을 살펴본 결과, 올해 3월 17일 기준으로 중국의 공상은행, 건설은행, 중국은행의 시가총액이 각각 1천753억달러, 1천287억달러, 1천128억달러를 기록, 나란히 세계에서 가장 큰 은행 1,2,3위를 차지했다.

이들 세 은행은 주식시장에 상장된 지 불과 2~3년밖에 되지 않았다.

중국의 세 은행에 이어 미국의 JP모건 체이스가 945억달러로 4위에 올랐다.

1999년 시가총액이 1천509억달러로 1위였던 미국의 씨티그룹은 올해는 137억달러로 시가총액이 90% 이상 축소돼 46위를 기록했다.

수십 년간 전 세계 금융시장을 주름잡아온 씨티는 현재는 사실상 미국 정부의 통제권 아래 놓인 상태다.

그나마 순위변동폭이 작은 은행은 영국의 HSBC였다.

10년 전 시가총액 937억달러로 씨티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이어 3위였던 HSBC는 올해 738억달러로 5위를 기록했다.

BOA는 10년 전 1천129억달러로 2위에서 올해 401억달러로 11위로 내려왔다.

10년 전에 세계 최대 금융기관 목록을 미국과 영국이 지배했지만 현재는 상위 20개 목록 가운데 미국은 불과 4개, 영국은 1개만 이름을 올렸다.

반면, 비교적 금융위기의 사정권 밖에 있었던 중국, 캐나다, 호주, 브라질 등의 은행들이 약진했다.

캐나다는 10년 전에는 상위 50개에 1곳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전통적인 리스크 회피 전략 덕택에 올해는 로열뱅크오브캐나다(10위), 토론토도미니온은행(19위) 등 5개 은행이 50위 안에 자리매김했다.

FT는 현재의 금융위기가 끝나면 금융선진국 은행들의 시가총액은 회복되기 시작하겠지만, 납세자들이 글로벌 거대 금융기관이 도산해 국가재정을 뒤흔드는 일을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규제 강화와 함께 은행들의 규모는 더 축소되고 더욱 국내지향적인 성향을 띨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yongla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