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펀드 1조달러 조성…美 '금융사 부실 처리' 세부방안 이르면 23일 발표
미국 정부가 이르면 23일(현지시간) 금융권의 부실자산 처리 세부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미 재무부는 지난달 10일 최대 1조달러 규모의 민 · 관 공동펀드(PPIF)를 조성해 '돈맥경화'의 뿌리인 부실자산을 제거한다는 큰 그림을 내놨다. 이번에 내놓는 것은 여기에 구체적인 부실자산 인수계획 등 살을 덧붙인 최종 안이다. 이 세부안은 향후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 여부를 가름하는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미 재무부는 △정부와 민간 투자자들이 5000억달러씩 공동 부담하는 1조달러의 매칭펀드를 설정하되 △민간이 부담하는 5000억달러 가운데 97%를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대출 등으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하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기간자산담보증권대출창구(TALF)가 나머지 부실자산 매입을 확대키로 하는 등 세 가지 세부안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FDIC는 민간 투자자에 대한 대출을 지원하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만들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민간 투자자들이 시장금리보다 낮은 이자를 지급하고 사실상 3%의 순수 투자금만 부담하는 방식이라고 보도했다. 미 정부가 굳이 민간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려는 것은 부실자산의 가격 선정을 민간에 맡기자는 의도에서다.

그동안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등 민간 투자자들은 은행권이 보유하고 있는 부실자산을 장부가격의 30%를 주고 사겠다고 버틴 반면 은행권은 장부가격의 60%를 받고 팔겠다는 입장이었다. 10%의 가격차가 있었던 셈이다. 오바마 정부는 이 같은 갭을 민간 투자자들에게 저리의 대출 혜택을 줘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미 정부는 부실자산 매입 입찰을 통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내는 민간 투자자들과 공동펀드를 구성할 계획이다. 경쟁입찰인 만큼 자연스레 부실자산의 시장가격 형성이 유도된다.

민 · 관 공동펀드는 부실자산을 인수,보유한 뒤 자산가격의 상승과 하락에 따라 손익을 분담하게 된다. 민간 투자자들은 최악의 경우라도 최대 3%의 손실만 감수하면 된다. 금융사로선 부실자산을 털어내고 자산건전성이 높아져 대출을 늘릴 수 있게 된다. 최대 관건은 민간 투자자들이 민 · 관 공동펀드에 적극 참여할지 여부다. 이들은 AIG의 보너스 지급 파문으로 투자를 망설이고 있는 분위기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