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극화 속에서 미국의 입지는 유지될 것이다", "신자유주의 몰락과 미국의 퇴조는 불가피하다"

반세기 동안 지속된 미국의 패권이 이번 미국발(發) 금융위기를 계기로 퇴조할 것인가.

LG경제연구원 최동순 연구원은 22일 `해외 석학들이 바라본 美 패권의 향방'이라는 보고서에서 이 문제에 대한 미국 내 전문가들의 견해를 정리했다.

최 연구원은 "전문가들은 세계경기의 조기회복 가능성, 국제공조의 달성 여부 등에 따라 패권의 향방을 다르게 보고 있다"며 "이 두 가지의 기준에 따라 석학들이 바라보는 미국의 모습을 네 가지로 그룹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선 세계경기가 조기에 회복되고 국제 공조도 성공적으로 달성되면서 미국의 입지가 유지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와 피터 보틀리에 존스홉킨스대 교수가 해당된다.

특히 보틀리에 교수는 미국의 입지 유지는 국제 공조를 전제로 해야 하고 그 핵심은 중국과의 협력이라고 주장한다.

경기는 조기에 회복되겠지만, 국제 공조보다는 대립적인 다극 체제가 등장한 가운데 미국이 상대적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존스홉킨스대 교수는 군사.경제 등 `하드파워'보다는 첨단기술.지식 등 `소프트파워'를 기반으로 미국이 경쟁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국제공조에도 글로벌 장기 침체로 이어지면서 미국의 퇴조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완전히 몰락하고 분배 위주의 경제정책이 보편화되면서 패권이 자연스럽게 쇠퇴한다는 주장이다.

폴 케네디 예일대 교수는 아시아 투자자들이 금리가 낮은 미 국채를 거부하거나 헐값에 팔면서 금리가 상승(채권값 하락)하고 미 경제에 최대 악재가 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국제 공조와 경제 회복에 모두 실패하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가 쇠퇴할 것이라는 극단적 비관론도 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장기불황이 이어지면서 패권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입장이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전 세계가 `잃어버린 10년'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 연구원은 "국제 공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경기가 조기에 회복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며 "현 시점에서는 신개념의 글로벌화가 도래하면서 미국이 퇴조한다는 시나리오가 현실적인 것 같다"고 평가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