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정보 제공 놓고 갈등 증폭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가입자들에게 민영의료보험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메일을 발송하고 이에 보험업계가 발끈하면서 개인 질병정보 제공 등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2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건강보험공단은 지난 19일 홈페이지 회원들에게 '국민건강보험의 우수성과 민영의료보험의 문제점을 알려드립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건보 관계자는 "보험업계가 개인 질병정보를 요구하는 것과 관련한 문제점을 회원들에게 알리기 위해 이메일을 배포했다"고 말했다.

건보 측은 보험업계가 건보공단에 개인 질병정보의 제공을 직접 요구하지는 않고 있지만 금융위원회가 보험사기 조사를 위해 질병정보 열람을 할 수 있게되면 이 정보가 결국 보험업계로도 흘러가 이들의 영업을 도울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건보는 이메일에서 공단이 고유업무상 갖고 있는 개인 질병정보를 민간 보험사에 제공하면 심각한 인격침해가 발생할 뿐 아니라 헌법에 명시된 개인 사생활 보호에도 위배된다고 말했다.

이와같이 건보가 홍보에 나선 것은 한나라당 최고위원인 공성진 의원이 최근 금융위원회가 보험사기 사건을 조사할 때 `국가와 공공단체 등'에 관련 자료를 요청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의 보험업법 개정안을 발의한데 따른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지난해 금융위원회가 정부 입법으로 추진했다가 보건복지가족부와 보건의료 단체의 완강한 반대로 국무회의 의결에 실패한 개정안과 사실상 같은 내용이다.

건보공단의 이메일 내용도 '국민건강보험의 우수성과 민영의료보험의 문제점', '개인질병정보의 중요성','민영의료보험의 구체적 사례' 3개의 소제목으로 구성돼있고 상당 부분이 민영 의보의 문제점에 대한 것이어서 보험업계가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건보는 이메일에서 민영 의보는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이 불가능하고 납부한 보험료에 비해 돌려받는 보험금이 너무 적다고 정면 공격했다.

이와함께 민영 의보는 가입 대상이 제한돼있어서 단순 노무자, 택배, 건설잡부 등 육체노동자, 운동선수 등은 가입이 어려우며 정신장애나 선천성 기형, 제왕절개수술, 요실금, 치질 등의 경우 일부 민영 의보 상품에서는 보장하지 않지만 건보에서는 보험금을 준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건보는 민영 의보 가입시 실제 혜택받는 금액 등을 사례를 통해 제시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건보 관계자는 "민영 의보를 바로 알리기 위한 것"이라면서 "민영의보가 확대되면 향후 가입자들이 건강보험의 보험료 인상에 대한 반발이 심해져 건강보험의 위축을 가져올 수 있으며 민영의보에 가입하지 못하는 서민들은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그러나 공기업인 건보공단이 민영 의보는 문제가 많아 가입할 필요가 없다는 등의 내용으로 민영 의보를 폄하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영 의보의 보험금 지급률이 60% 정도로 미국(80%)에 비해 매우 낮다는 건보의 주장에 대해 민간 보험회사들은 미국은 공보험 체계가 없어서 직접 비교하는 것이 불합리하며 우리가 주로 쓰는 손해율을 기준으로 보면 지급률이 85.9%에 달한다고 반박했다.

또 치료비 전액을 보상해주는 실손형 상품이 자칫하면 무분별한 의료이용을 늘릴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 2007년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 결과를 인용, 오히려 민영 의보 가입자의 의료 이용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업계는 민영의보는 건보와는 상호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적 관계이며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려면 건보는 현행대로 유지하고 민영 의보에서 자율적으로 보장토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건보와 보험업계간의 갈등은 지난 2006년 대통령 직속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를 통해 복지부에서 민영 의보 보장범위 축소를 추진하면서 본격 시작됐으며 이후 금융위에서 건보의 개인 질병정보 제공을 추진하면서 대립이 심화됐다.

(서울연합뉴스) 최윤정 기자 mercie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