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첫 협상 개시 이후 1년 10개월 간 진행돼 온 우리나라와 유럽연합(EU) 간의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이 종착역에 다다랐다.

이미 공산품 관세철폐, 자동차 기술표준, 서비스 등에서 의견 접근을 이룬 양측은 마지막 공식협상이 될 8차 협상에서 관세환급, 원산지, 농산물 등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양측은 8차 협상 결과를 토대로 다음달 예정된 통상장관회담에서 한.EU FTA를 최종 마무리짓고 협상 타결을 공식 선언할 것으로 예상된다.

◇ '8차 협상이 마지막'

22일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한.EU FTA는 한.미 FTA 협상 타결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지난 2007년 5월 서울에서 1차 협상을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양측은 지금까지 7차례의 공식 협상, 8차례의 통상장관회담, 13차례의 수석대표협의 등을 가졌다.

서울과 브뤼셀을 오가며 공식 협상을 벌여온 양측은 지난해 5월 브뤼셀에서 열린 7차 협상에서 8차 협상이 마지막 공식 협상이 되도록 한다는데 합의했다.

이후 양측은 공식협상 대신 수석대표 간 협상 또는 통상장관회담 등 고위급 회담을 통해 의견 조율에 들어갔다.

양측은 지난해 8월 서울에서 제1차 확대수석대표 간 협상을 열어 상품양허, 자동차 표준, 원산지 등 3개 핵심쟁점을 일괄타결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지난해 12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2차 수석대표 간 협상에서는 상품양허를 비롯한 주요 분야에서 진전을 이뤘다.

이어 올해 1월 서울에서 열린 한.EU 통상장관회담에서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과 캐서린 애슈턴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이 3월 서울에서 8차 협상을 개최하는데 합의하면서 협상 타결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양측은 오는 23∼24일 서울에서 개최되는 8차 협상에서 그동안의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협상단 차원의 협의를 마무리한 뒤 양측 통상장관에게 결과를 보고한다.

양측 통상장관은 이를 토대로 다음달 한.EU 통상장관회담을 개최해 2년여 간 진행돼 온 협상을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

통상장관회담 개최일자 및 장소에 대해서는 현재 양측이 협의 중이지만 다음달 2일 주요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런던에서 개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 공산품 5년 내 관세철폐
8차 협상에 앞서 양측은 이미 이달 초 수석대표 간 협의를 통해 핵심쟁점에 대해 상당한 수준의 의견 접근을 이뤘다.

양측은 우선 공산품의 관세 철폐 시기와 관련해 EU는 3년 내 99%, 우리는 96%의 품목에 대해 관세를 철폐하고 5년 내 완전 철폐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다만 우리 측의 경우 일부 민감 품목에 대해 예외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쟁점 중 하나인 자동차와 관련해 양측은 1천500cc 이상 중대형은 3년 내에, 1천500cc 미만 소형은 5년 내 관세를 완전 철폐하기로 했다.

대신 유럽 자동차업계의 반발 등을 감안해 우리 측은 EU가 줄기차게 요구해온 자동차 기술표준을 양보했다.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 ECE) 기준을 대부분 상호인정하고 EU가 한국에 수출하는 자동차에 대해 2013년까지는 일정 수량에 한해 배출가스 자기진단장치(OBD)를 장착하지 않아도 수입을 허용하는 쪽으로 양측이 잠정적으로 의견을 모았다.

개성공단 문제는 한미 FTA 방식을 차용해 협정 발효 1년 뒤에 별도 위원회에서 역외가공지역(OPZ) 지정 여부를 논의할 수 있도록 했고 EU 측에서 계속 요구해 온 원산지 표기방식인 'made in EU'는 허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서비스 분야에서는 기본적으로 한미 FTA 수준으로 시장을 개방하되 환경과 통신 등 일부 분야에서 한미 FTA보다 개방폭을 확대키로 했다.

이혜민 외교통상부 FTA교섭대표는 최근 정례브리핑에서 "한.EU FTA 서비스 분야에서 한.미 FTA 보다 얼마나 더 추가로 개방할지에 대해 원칙적으로 의견이 접근했다"면서 "한.미 FTA 수준만 가지고는 EU가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아주 예외적으로 한미 FTA 수준 이상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관세환급 등은 통상장관회담서 결정
양측은 일단 8차 협상에서 공산품.농산품 중 관세철폐 시기에 합의하지 못한 품목들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다.

자동차 비관세와 관련된 잔여쟁점, 관세환급, 원산지 규정, 농산물, 서비스 분야 등도 8차 협상 논의 목록에 올라있다.

양측은 8차 협상에서 일단 협상단 차원의 협의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를 다음달 열릴 통상장관회담에 보고할 계획이다.

관세환급, 원산지, 농산물 등 일부 정치적 결정이 필요한 분야는 통상장관회담에서 타결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쳐진다.

관세환급이란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로부터 원자재나 부품을 수입해 완성품을 수출하는 비율이 높은 한국이 수출 목적의 원자재나 부품 수입에 대해서 관세를 환급해 주는 제도를 말한다.

한국 정부는 한.EU FTA 협상 초기부터 관세환급 문제는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뜻을 EU 측에 밝혀왔으며 이에 EU 측은 주요국과의 FTA에서 관세환급 문제를 양보한 적이 없다며 맞서왔다.

이 대표는 "관세환급 문제는 제도적 원칙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성격의 이슈라고 할 수 있다"면서 "협상단 차원에서 의견은 계속 나누겠지만 통상장관회담까지 가져가야 할 이슈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혜관세 적용대상을 판별하는 핵심 기준인 원산지 문제도 의견차가 상당히 좁혀졌지만 통상장관회담으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

민감성이 큰 농산물의 경우도 막판까지 양측 간 의견조율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EU 측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냉동 돼지고기(관세율 25%)의 경우 한.미 FTA 보다 관세철폐 기간을 장기로 가기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며 쌀은 협상대상에서 제외됐다.

기타 분유(176%), 치즈(36%) 등 낙농품의 경우 우리 측은 관세율 할당제(TRQ) 등 민감성을 반영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이 대표는 "농산물의 경우 상대국이 어디든 간에 민감하게 다루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연합뉴스) 박대한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