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확보와 안전자산 선호.'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이후 지난 반년간 투자자들의 생각과 행동을 지배한 두 가지다. 전반적인 자산가치 하락 속에서 현금을 확보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고 전 세계 증시가 폭락하면서 원금 손실 위험이 없는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최근 이 같은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주요 은행과 증권사의 PB 고객을 비롯한 거액 자산가들이 안전성에서 수익성으로 조금씩 투자의 무게중심을 옮겨가기 시작한 것.국고채 위주로만 거래되던 채권시장에서 회사채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고 주식시장에서는 우량주와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중소형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대한 관심도 부쩍 높아졌다는 소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증시가 소폭 상승하고 동유럽 국가들의 연쇄 부도설이 잦아드는 등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이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무엇보다도 초저금리 속에 각종 경기부양책이 쏟아지면서 풍부해진 시중자금이 주식과 부동산시장으로 흘러들어가 '유동성 랠리'를 연출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를 비롯한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 조치로 부동산 시장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글로벌 금융위기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하지만 거액 자산가들은 현 상황을 하나의 변곡점으로 판단,자세를 고쳐잡고 있다. 김창수 하나은행 아시아선수촌PB센터 팀장은 "부자 고객들이 그간의 안전자산 투자 일변도에서 벗어나 조금씩 수익성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고 전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