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이 천문학적 자금을 무차별적으로 동원하는 미국의 최근 경기부양책에 대해 "먼저 환자를 정확히 진단하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IMF는 다음 달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에 앞서 20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금융시장 구제안이 여전히 은행권의 악성자산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집행되고 있다"며 "부실 금융사들을 어떻게 구제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도 아직까지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부실 금융회사의 재무 상황에 관한 불확실성을 먼저 제거하는 것이 지극히 중요한 과제"라며 "이 문제의 해결을 통해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국제 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IMF는 올해 미국의 성장률이 -2.6%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관련,IMF의 아누프 싱 아시아 · 태평양담당 국장은 "미국의 금융위기가 1990년대 일본이 겪었던 것과 너무도 흡사하다"며 "미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에서 많은 교훈을 얻어야 한다"고 말했다.

싱은 "일본이 당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8년여에 걸쳐 취한 조치들을 미국은 2년도 못 되는 사이에 발빠르게 실행하고 있지만 아직도 위기의 숲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월가의 부실자산 상각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경기부양 과정에서 정치적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달 미 의회에서 통과한 7870억달러 규모 경기부양 자금의 집행을 감독하는 회생회계투명성이사회(RATB)의 얼 데바니 의장은 19일 미 하원 청문회에 출석,"부양자금의 일부가 전용되고 낭비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자금 집행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인력 부족 등의 문제로 한계에 부딪치고 있다"고 전했다.

이미아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