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신한금융지주의 유상증자 같은 국내 기업들의 자금조달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원 · 달러 환율이 급락(원화가치 상승)하고 있다. 국내 주식과 채권의 저가 매력에 이끌린 이들의 '바이 코리아'와 국제금융시장에서의 달러가치 하락이 환율을 끌어내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금융 불안에 과잉반응을 보였던 환율이 1300원대에 진입함으로써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돌아왔다고 볼 수 있다며 경상수지와 경제성장률 등 실물경제 지표에 따라 낙폭이 결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고환율이 바이코리아 유도

원 · 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던 지난달 말 한 외환시장 분석가는 "환율이 그냥 올라가게 내버려두면 결국에는 어지러워서라도 떨어진다"고 말했다.

외환당국이 개입하지 않더라도 어느 시점에 가서는 환율이 시장 스스로의 힘에 의해 떨어질 것이라는 의미였다. 환율이 높아지면 외화로 환산한 국내 주식과 부동산 등의 가격이 떨어져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는 효과가 생기고 이로 인해 외환시장에 달러가 유입,환율 하락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최근 외환시장에서는 환율 흐름을 아래쪽으로 이끈 몇 차례의 외국인 투자 유입이 있었다. 18일과 19일에는 신한금융지주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는 일본 등 외국인 투자자들이 달러를 원화로 환전,환율을 끌어내렸다. 19일의 경우 신한금융지주 유상증자와 관련해 2억~3억달러가 외환시장에 풀린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16일에는 필립스가 매각한 LG디스플레이 지분을 외국인들이 대거 사들이면서 환율이 하락했다.

김성순 기업은행 차장은 "최근 외환시장의 거래량이 줄어들어 5000만달러만 풀려도 환율이 10원씩 떨어지곤 한다"며 "일시적으로 수억달러가 유입되면 파급효과가 크다"고 말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금융연구실장은 "3월 무역수지가 큰 폭의 흑자를 낼 것으로 예상되고 은행들이 외화 차입에 성공하는 등 달러 수급 상황도 개선될 조짐을 보이면서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수출기업들에 부담

환율이 3주째 급락 흐름을 이어가자 전문가들은 환율 급락에 따른 부작용에도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환율이 떨어지면서 국내 주식의 저가 매력이 약화되고 이로 인해 국내 증시가 하락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있다.

올 들어 글로벌 증시의 전반적인 하락세 속에서도 코스피지수는 19일 현재 전년 말 대비 3.3% 상승하는 등 비교적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원화 약세에 따른 외국인 투자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환율이 지나치게 떨어지면 수출 기업의 수익이 급감하게 되고 이로 인해 실물경제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올 들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월 -33.8%,2월 -18.3% 등 급격히 감소하고 있고 3월에도 22% 안팎의 수출 감소가 예상된다.

이 때문에 당분간 환율이 1300원대 후반~1400원대 초반에서 안정된 흐름을 보이는 것이 경제 전반에 이롭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진우 NH선물 금융공학실장은 "환율이 너무 높은 게 좋은 건 아니지만 수출 기업들은 환율이 낮은 것보다는 높은 게 유리하다"며 "고환율 속에서 누릴 건 누려야 한다"고 말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펀더멘털(경제의 기초) 요인만 놓고 볼 때는 원 · 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내려가는 것이 정상으로 분석되지만 금융 측면의 불안 요인을 감안하면 1300원대 중반에 머무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